[기자수첩]'PD수첩' 유감

김현록 기자  |  2008.06.26 16:20


즐겨보는 드라마 가운데 MBC '스포트라이트'가 있다. 기자들의 세계에 카메라를 들이댄 전문직 드라마다. 얼마 전 손예진이 맡은 주인공 서우진 기자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재개발 지역 부당 전입 사례를 보도하는 특종을 터뜨렸다 곧 뭇매를 맞았다. '편법'을 '불법'으로 잘못 표현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말실수라지만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고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내부적으로는 질책과 반성, 외부적으로는 사과와 정정보도가 이어졌다.

극적인 재미를 살리느라 단순화와 과장이 더해졌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이 에피소드는 정확한 보도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일깨운다. 뉴스와 보도에는 정확성이 생명이며 늘 책임이 뒤따른다. 기자들이 목숨을 거는 특종에는, 특히 잘못을 꼬집는 비판 보도에는 더한 책임과 섬세함, 신중함이 요구된다.

지난 4월 29일의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한국을 뒤흔든 보도임에 틀림없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며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미국 소들의 모습과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미국 20대 여성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방송은 그달 18일 합의된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대한 반대 여론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들끓는 민심은 최근의 촛불집회와 뜨거운 논쟁으로 이어졌다. 'PD수첩'은 저널리즘의 양심으로 추앙받다시피 했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진행자가 주저앉는 다우너 소를 광우병소로 잘못 지칭했고, 숨진 미국 여성의 어머니가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라고 말한 것을 vCJD(인간광우병)으로 고쳐 번역했다는 주장이었다.

'PD수첩'은 지난 24일 방송을 통해 정면 대응했다. 이날 방송분의 제목부터가 '쇠고기 추가협상과 PD수첩 오보 논란의 진실'이었다. 그러나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해명은 다소 미흡했다. 오역 논란에 대해 'PD수첩'은 "생방송 중 나온 진행자의 실수"이며 숨진 여성의 어머니가 "혼동해서 썼고", "오역이 아니라 의역"이라고 대응했다.

여기에 번역과 감수를 일부 감수했던 정 모씨는 'PD수첩' 홈페이지를 통해 "번역자로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한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나중에 다우너 소에 대해 광우병을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왜곡이라고 여러 번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했다"며 "제작의도 및 편집 목적이 광우병 위험성의 강조였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D수첩'은 이에 대해 26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책임은 PD에게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또 한 번 들끓은 여론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프로그램 전체로 따지면 일부에 불과한 실수를 두고 집중포화가 쏟아지거나 "왜곡 선동 방송"이라고 비난하는 데 대한 'PD수첩'의 답답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뒤늦게 드는 생각은 'PD수첩'이 도발적 문제 제기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 않았더라도 이 같은 고자세로 해명에 나섰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록 오보 인정과 정정 보도는 아니더라도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드라마에서 이미 이야기했듯 특종에는 그만큼의 정확도와 신중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을 흔든 보도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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