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오우삼 역시 마초영화의 ‘대형’임을 의심할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그가 그리는 마초들은 ‘터프함’과는 거리가 먼 예절과 신의를 갖춘 ‘신사’들이다.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가벼운 언행으로 일을 그르치는 법도 없다.
그의 영화의 특징이라면 남자들이 ‘마초적’이라기보다 그저 오직 남자들만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여느 마초영화들처럼 여자들이 말썽을 피워 일을 그르치게 하는 일도 없다. 한 평론가의 지적처럼 오우삼 영화의 여성들은 ‘남성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부차적인 인물들’이다. 그의 영화에서 동성애 코드를 읽어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우삼은 음악을 사랑한다. 실제로 재즈음악 마니아인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남자들에게도 음악적 세례를 내렸다.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악기 하나쯤은 멋들어지게 연주할 줄 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그의 영화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도 바로 그 음악이다.
다른 영화에서 종종 악당들은 악기를 멋지게 연주하기도 하지만 오우삼의 영화에서 음악은 오직 주인공들의 몫이다. '첩혈쌍웅'(1989)에서 심지어 한손에 총을, 한손에 하모니카를 들었던 주윤발을 떠올려보라. '첩혈속집'(1992)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서 주윤발은 재즈바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나왔다.
'적벽대전'에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 인물들이 말이 아니라 악기 연주로 대화를 대신하는 장면까지 나아간다. 조조(장풍의)의 100만 위나라 군대를 막기 위해 제갈량(금성무)은 오나라의 주유(양조위)를 찾고, 두 사람은 서로를 ‘떠보기 위해’ 거문고 연주를 시작한다. 오랜 합주가 이어지고 난 뒤 두 사람은 동맹을 맺는다. 음악을 사랑하는 오우삼 영화의 마초들에게 서류 교환이나 서명 따위는 필요 없다. 음악으로 통했으니 정치도 통한 것이다.
합주로 서로의 마음을 읽는 장면은 앞서 그의 할리우드 영화 '윈드토커'(2002)에도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전장에서 한 인디언과 니콜라스 케이지는 각자 인디언 전통 피리와 하모니카로 함께 합주를 하며 전장의 고독을 함께 나눴다. 홍콩의 주윤발이 불던 하모니카를 할리우드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입에 문 모습도 무척 감격적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적벽대전'도 ‘오우삼 영화 같으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예스’다. 흰 비둘기가 등장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악기 연주로 자신을 표현하는 멋지고 예의바른 마초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오우삼 영화에는 슬로 모션의 총격전만 멋들어진 게 아니다. 아 그리고, '적벽대전'을 보기 전 체크할 것 한 가지 더.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어져 진짜 적벽대전이 등장하는 후편은 올 겨울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이 2시간 여 이어지도록 ‘물에서 언제 싸우나?’하고 쓸데없는 조바심을 느끼지 마시길.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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