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키드' 박인비, US오픈 우승 입맞춤

"10년전 박세리 우승장면 보고 골프 시작"

조철희 기자  |  2008.06.30 09:55
↑박인비의 US오픈 우승소식을 전한 LPGA 홈페이지

10년전 미여자프로골프(LPGA) US오픈 연장라운드에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하얀 발을 드러낸채 연못 안으로 들어갔다. '맨발의 투혼'을 펼친 박세리는 결국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여자골퍼로 명성을 떨치게 됐다.

이 장면을 지켜봤던 10세 소녀는 자신도 꼭 박세리와 같은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박인비(20). 박인비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박세리의 기록도 갈아치우며 LPGA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인비는 경기 직후 LPGA 홈페이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니카 소렌스탐의 마지막 경기를 함께 하며 우승까지 하게 돼 영광"이라며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고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우승소감을 전했다.

박인비는 또 "골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10년전 TV에서 박세리가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어린 나에게 박세리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아마도 그로부터 며칠 후 골프채를 잡았다"고 박세리에게 받은 영향을 소개했다.

박인비는 30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에디나의 인터라켄 컨트리클럽(파73)에서 열린 제63회 US 여자오픈 골프대회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1타를 기록, 최종합계 9언더파 283타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19년 11개월 6일의 이 대회 최연소우승 기록을 거두며 10년전 박세리가 세웠던 20년 9개월 8일의 기록을 깨뜨렸다. 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세번째로 우승에 등극했다.

3라운드까지 1위 스테이시 루이스에 2타차로 뒤진 채 3위로 이날 라운드를 시작했던 박인비는 정교하면서도 뚝심있는 경기력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신예 스테이시 루이스와 전날까지 2위를 달리던 LPGA의 자존심 폴라 클리머는 스스로 무너지면서 박인비에게 우승을 내줬다.

1번홀, 2번홀, 11번홀, 13번홀,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박인비는 최종합계 5언더파를 기록한 2위 헬렌 알프레드슨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김인경(20·하나금융)과 브라질 교포 앤젤라 박(20)도 3위에 이름을 올려 한국계 여자골퍼들의 위상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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