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국민 예능프로인 이유

김수진 기자  |  2008.07.08 10:47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코너가 꾸준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분에서 '1박 2일'을 90분간 특별 편성한 '해피선데이'가 또다시 시청률 20%를 돌파했다.(수도권 기준 닐슨 20.0% / TNS 20.6%)

해가 길고 여행객이 많은 하절기에 예능 프로그램이 20%이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이 수치는 '해피선데이' 전체의 시청률이며 타 코너와 합쳐서 산출한 평균 시청률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1박 2일'이 매회 30%에 가까운 자체 코너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배우, 국민가수에 이어 '국민예능'으로 등극한 '1박2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남녀노소가 함께 웃는다

1박 2일의 가장 큰 강점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에 있다.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는 20대,30대 젊은 여성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남성 시청층이나 중, 장년층을 끌어 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1박2일'과 끊임없이 비교, 평가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선봉인 MBC '무한도전' 역시 아이템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기는 하나 실험성을 앞세워 때때로 대중 전반에 어필을 하지 못하는 최근의 양상과는 대조적이다.

'1박2일'은 여행이라는 상황 속에 있는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청자가 한번쯤은 겪거나 들어봤음직한 상황들을 화면으로 생생하게 재연, 광범위한 공감을 이끌어 편안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악역도, 왕따도 없는 '날 것' 그대로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강호동, 김C, 이수근이 중장년층에, 이승기, MC몽, 은지원 등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호감 버라이어티'가 된 것도 전 세대가 함께 보며 웃고 즐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집 1박 2일-백두산을 가다' 편 역시 민족의 상징인 백두산 여행을 떠나며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인 웃음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압록강, 간도, 윤동주 생가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다루기 힘든 소재를 등장시켜 쉽게 잊혀지기 쉬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환기와,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남녀노소 전 세대를 골고루 유입하는데 성공,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7의 멤버 일반인,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1박2일'의 폭발력은 대민접촉을 할 때 배가 된다.

농촌으로 어촌으로 산촌으로 여행을 떠나는 특성상 필연적으로 일반인과의 접촉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일반인이 가지는 예측 불가능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프로그램의 힘으로 만들어 버리는 '1박2일'.

프로그램 초창기 마을 분들의 집에 들러 인사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한 단계 진화해 해병대와 살을 부딪히며 씨름을 하고, 마을 대표로 노래자랑에 참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분교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물놀이를 하는 '1박 2일'은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를 포기하고 일반인과 섞이는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돼 TV 화면 속에만 있던 화려한 연예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그들과 소통하며 시청자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씨름 천하장사 출신 연예인에서 대한민국 예능을 대표하는 MC로 성장한 강호동은 특유의 친화력을 무기로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그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강력한 내공을 보여준다.

시골 어르신들에게 "어머니~ 아버지~"라고 막내아들처럼 구는가 하면 어린 아이들에게는 장난치기 좋은 '뚱뚱한 삼촌'이 되어 그들을 쇼로 편안하게 안내한다.

시청자들은 이제 언제 어디서라도 1박 2일을 만나면 아들처럼, 동생처럼, 친구처럼
그들을 대하며 웃어주고, 손을 흔들어 준다. 언제나 화면 속에서 주인공이었던 그들이 시청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웃고, 우는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멍석.
이렇듯 '1박2일'은 사람을 만날 때 더욱 강력해 진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담담하지만 따뜻한 아이템. 공감이 간다

'1박2일'은 멋진 세트에서 벌이는 화려한 경쟁, 대형 콘서트, 패션쇼, 태안 살리기 같은 묵직한 주제 혹은 이슈의 중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대신 그들은 논두렁에서 만난 사람들과 모내기를 하고, 전국 노래자랑에 출전하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배 멀미를 하며 대게를 잡으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라면을 끓여 먹는 소박한 체험을 하며 우리 곁을 찾아온다.

화려하고 신기한 체험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누구나 해 봄직한 일들을 아이템화해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며 시청자들을 TV 앞에 고정시킨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담담하지만 따뜻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거는 뚝심 있는 '1박2일'. 여행을 떠나고 사람을 만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저 웃음을 이끌어내는 그들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야생 버라이어티 '1박2일' 충북 영동편이 첫 전파를 탄 지 이제 1년. '1박2일'은 사계절을 산으로, 들로, 바다로 쏘다니며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 방송프로그램 역시 생명체처럼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며 성장하고 진화하며 시청자들에게 희로애락을 선사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보며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편안하게 손을 뻗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1박2일'이 최소한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국민예능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버라이어티라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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