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사랑 찾아 떠나는 베트남 오딧세이

전형화 기자  |  2008.07.10 10:57

올 여름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가 8일 언론시사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서울극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배급 관계자들에 이준익 감독은 "'즐거운 인생' 때 밥 산다고 하고 못샀다. 이번에는 사겠다"고 장담했다. 뚜껑을 연 '님은 먼곳에'는 과연 이준익 감독이 밥을 산다고 공언할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님은 먼곳에'는 원치 않는 사건으로 베트남전쟁에 끌려간 남편을 찾으려 위문공연단에 들어간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3대 독자의 씨를 받으려 며느리를 계속 군부대에 보내는 시어머니와 그런 자신을 소 닭 보듯이 보는 남편에 힘들어하는 여인.

그럼에도 그녀는 남편을 찾아 군인들 앞에서 몸을 드러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님은 먼곳에'는 남편 찾아 삼만리를 떠나는 순애보가 아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떠나는 한 여인의 오딧세이이며, 성장영화이며, 또한 반전영화이다.

순이(수애)는 "니는 사랑이 뭔지 아나"라며 모로 돌아서는 남편과 "본처와 첩이 같냐"는 시어머니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여인이었다. 남편에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혼자서라도 베트남에 가겠다는 시어머니를 대신해 국방부 문을 두드린다.

그런 그녀에 열린 길은 베트남 위문공연단에 참여하는 길이다. 옷을 훤히 드러내고 남자들 앞에 춤을 춰야 하는 일임에도 순이는 남편을 만나려 그 일을 택한다. 순종의 미덕을 강요받던 70년대 여성이 비로소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님은 먼곳에'에 몇 번씩 놓여지는 순이의 선택은 드라마를 이끄는 힘이자 이준익 감독의 고백이다. "모든 영화는 감독의 고백"이라는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30년전 끝난 베트남전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깊게 깔려 있다.

한국군은 돈 벌러 베트남에, 미군은 수탈의 대상으로, 베트공은 평화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어떤 이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님은 먼곳에'는 여성의 시선으로 여러 사연들을 따라가 관객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순이가 한국군과 베트공, 미군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 흥겨움과 평화, 비참함으로 이어지는 공기는 이 영화가 말하자고 하는 바를 대변한다. 여인의 인사 한 마디에 한호하며, 여신처럼 떠받들면서도 결코 탐하지 않는 한국군과 여인의 가슴에 돈을 꼽아 넣는 미군의 모습, 20세기 제국주의를 이준익 감독은 순이의 여정으로 그려낸다.


'님은 먼곳에'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이 만개한 작품이다. '황산벌'에서 웃음으로 영화에 탄력을 줬다면, '님은 먼곳에'는 비장한 전투신으로 긴장감을 준다. 스폰지 케이크처럼 겹겹이 쌓이는 사연들은 마지막 순이의 선택을 공감하게 만든다.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어 음악3부작의 완결편인 이번 영화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이 상황을 대변한다. '님은 먼곳에'부터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에 미국국가와 '오 대니보이'까지 다양한 그 시대의 노래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순이를 연기한 수애의 연기력과 매력은 이 영화에 색을 더한다. 그동안 다양한 연기 변신에도 정적인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수애는 '님은 먼곳에'로 꽃을 피웠다. 당분간 충무로에 수애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님은 먼곳에'는 자칫 '올드'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왕의 남자' 역시 선입견에 둘러쌓였던 영화였다. 이준익 감독의 루저에 대한 진한 애정과 현재에 충만하게 되살아나는 과거, 그리고 음악은 올 여름 관객에 좋은 위안이 될 것이다.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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