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키려면 '미수다'를 지켜라

조철희 기자  |  2008.07.17 17:15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의 일본인 출연자인 리에, 사유리, 에미. <사진제공='미녀들의 수다'>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 명기로 반일감정이 치솟으면서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명해진 일본인들도 덩달아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인 문제로 개인을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서로에게 상처주는 행동은 하지말자는 목소리도 높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며 '준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키바 리에, 후지타 사유리, 아사다 에미 등 일본인 출연자들은 요즘 독도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들의 미니홈피에는 최근 국내 네티즌들이 방문해 "억지부리는 일본인 중 한명"이라며 비난하거나 "독도를 어느나라 땅이라고 생각하는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KBS 시청자상담 게시판에도 이들의 출연금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방송에 나와 희희낙낙하는 것을 보면 화가난다"는 글을 올렸다.

특히 이들이 방송에서 평소 한국사랑을 외쳐왔기 때문에 한국쪽 입장에 서길 기대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미즈노 순페이 전 전남대학교 교수의 사례를 들며 이들도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미리부터 비판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방송에 자주 출연해 대중의 관심을 얻었던 미즈노 교수는 일본으로 돌아간 뒤 극우잡지에 한국 비하글을 기고했다고 알려지면서 한국인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비난의 목소리를 압도하는 것은 자제의 목소리다. 이들 일본인 출연자들을 옹호한다기보다 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이런 상황에서 이들 출연자들에게 뭐라고 해봐야 답을 얻을 수는 없다"며 "단지 일본인 한 개인에게 화풀이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두 나라의 평범한 국민들끼리 서로 상처받지 않고 해결될 길이 있을 것"이라며 "진정으로 독도를 지키려면 일본의 일반 국민들을 공격하는 식으로 대처하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하듯 실제로 최근 고조된 반일감정으로 인해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한국인으로부터 고의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인 약 1000명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일본인촌에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일본인 피해사례는 없다. 이곳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 이촌지구대는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 관계자는 "최근 반일감정으로 피해를 본 일본인들의 신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 역시 "반일감정과 관련해 아직까지 한국거주 일본인들의 특별한 민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일본측 통보 직후 분노한 일부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계란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또 독도수호전국연대 회원들은 혈서를 쓴 뒤 일장기를 불태우며 분노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다수의 시민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냉정한 대응을 이야기 했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외교 실책을 비판하며 장기적으로 독도를 지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또 많은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토론방에서 독도 문제의 배경과 전망 등을 밀도있게 토론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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