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에선 'NG'도 '웃음 소재'

최문정 기자  |  2008.07.20 18:55
KBS 2TV '개그콘서트' <사진출처=방송캡쳐화면>

생방송 중 NG가 나면 뜨거운 질타의 대상이 된다. 녹화 중 NG가 나면 편집은 당연지사이고, 대부분 찬물 뿌린 듯 싸늘해지는 분위기에 "죄송합니다"를 외쳐야 한다.

이에 비하면 KBS 2TV '개그콘서트'는 변종이다.

NG가 나면 오히려 분위기가 고무된다. NG가 방송을 통해 더 재밌게 보여지며 질타가 아닌 뜨거운 호응까지 얻는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은 KBS 2TV '개그콘서트'의 녹화에 앞선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각 코너 별로 차례로 무대에 오르며 담당 PD와 후배들에 마지막 확인을 받는 시간, 긴장감이 가득했다.

"안녕하십니까, 0기 000입니다"를 외치고 깍듯한 인사를 하며 무대 위로 오르던 개그맨들, 평소엔 방송을 보며 마냥 웃기만 했지만 현장은 경직되다 못해 싸늘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오히려 NG가 터지자 무대 위의 긴장감이 풀어졌다.

"다시 할라고 하고 있는데~", "너 대사가 기니까 내가 다시 대본을 봐야 하잖아~"

NG에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를 외치기도 하지만 대세는 부드럽게 넘어가는 분위기. 특히 연차가 높을수록 NG도 개그의 소재로 활용하는 등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이에 한 개그맨은 "높은 기수의 선배님들은 NG가 나더라도 오히려 상황을 더 재밌게 승화시켜 녹화 분위기를 띄운다. 보통 막내 기수일수록 NG가 나면 당황하고 더 죄송해한다"고 말했다.

한 신인급 개그맨은 "아직은 NG가 나면 당황해 다른 대사까지 까먹기도 한다"며 "더 열심히 해서 아예 NG가 안 나게 해야겠지만 선배들처럼 NG도 자연스레 개그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NG가 난 경우가 더 큰 웃음을 주고 심지어 방송까지 되는 경우는 연륜 있는 개그맨들의 코너가 대부분이다.

13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도 좋은 예이다.

이날 '대화가 필요해'는 초반 김대희가 신봉선의 김태희 '아이스크림 송' 패러디에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문지르는 것으로 응수한 이후 웃음의 바이러스가 퍼졌다.

얼굴에 알록달록 아이스크림을 묻히고 있는 신봉선의 모습에 장동민은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고 김대희는 즉석에서 김에 아이스크림을 발라먹는 것으로 웃음을 더했다.

이미 터져버린 웃음은 코너 끝까지 이어졌다. 코너 중간 김준호는 이미 터져 버린 웃음으로 등장하며 '봉선씨'를 외치는 것만 세 번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NG 장면은 뚝 끊어 진정시킨 후, 대본대로 가기보다 자연스레 웃음의 소재로 이어지며 방청객과 무대 위에 더욱 큰 폭소 세례를 이었다.

개그 소재로서의 활용을 넘어 실수도 개그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개그맨들의 프로정신 덕분에 '개그콘서트'는 NG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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