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브랜드'와 '서태지 음악'의 경계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2008.08.01 09:06

최근 발표한 서태지 음악을 듣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팬의 입장에서 들으면 역시 서태지고, 그곳에서 한발짝 떨어져 음악만 들으면 잘 모르겠단다.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를, 서태지 음성이 담긴 가사를 걷어내고 듣는다면 잘 만들어 놓은 어느 인디밴드의 음악이라 해도 반문하기 힘들어보인다고 덧붙였다.

바꾸어 말하면, 서태지의 음악만으로 지금 미디어가 내뿜어 대는 위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미 기득권을 가진 뮤지션이 일종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 특혜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특혜의 전제는 컨텐츠의 브랜드 가치에 달려있다. 그러나 브랜드의 가치만으로 성대한 귀환과 환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만큼 파급의 파괴력을 지녔으니 서태지의 존재감을 새삼스럽게 한다.

가수로서의 생존 유지는 가창력을 인정받거나 당대의 히트곡을 생산해내는 일 외에 달리 길이 없다. 우리나라 정서상 히트곡이란 정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웬만큼 따라부르거나 멜로디 정도는 흥얼댈 정도로 인정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서태지가 내놓은 이번 8집 첫번째 싱글 '모아이'는 외골수 팬을 제외한다면 성대한 환대로 맞이한 모양새처럼 국민적 가요로 사랑받게 될지는 의문이 뒤따른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해 '난 알아요' '환상속의 그대'를 히트시키며 데뷔음반으로 17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서태지는 그해 가요계의 모든 상을 휩쓸만큼 90년대 대표 아이콘으로 문화 성장 동력의 중심 엔진이었다. 1995년 4집 '컴백홈'까지 그의 아우라는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며 절정의 순간을 맞았지만 1996년 1월 31일 성균관대학교 유림회관에서 그룹 해체와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그 충격적인 뉴스는 각 일간지의 톱뉴스였을 뿐만아니라 9시 뉴스에도 생생히 전달될 만큼 화제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솔로 음반으로 돌아오기까지 서태지의 전방위적인 문화 행보는 가요사에 일찌기 찾아볼 수 없는 '얼리어답터'로서 유행을 선도했다.

서태지의 그러한 존재감은 역시 '신비주의적 마케팅'에서 비롯된다. 17년이 지난 컨텐츠가 여전히 뉴스의 초점이 될 수 있기까지는 섬세한 자기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쓸모없는 노출로 컨텐츠의 이미지를 쇠진시키지 않았다. 그 경이로운 관리는 지금 서태지의 귀환 과정에서도 여전히 부활한다. 미디어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은 대중의 함몰적 심리를 꿰뚫고 있다는 말이다.

가요계를 장악한 서태지는 대중의 고삐를 거머쥐자 자취를 감춰버렸다. 국내 가요계를 통틀어 서태지식 잠행은 전무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늘 톱뉴스로 군림했다. 그의 잠행 행보에 심기가 불편한 대중도 상대적으로 늘어났지만, 그것마저도 즐기는 듯한 대범함도 엿보인다. 일반적으로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팬들의 자극적인 반응이 그저 참고 정도의 수준으로 머물지 않는다.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그러한 팬들의 반응이 마치 대세로 작용할 것처럼 동요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심약한 존재들이다.

가요계 제왕적 구도를 구축한 서태지는 그후로 자신이 뜻했던 음악을 마음껏 유린하는 행보를 선보이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영악함도 두루 갖췄다. 자기관리의 달콤한 열매를 수확했던 것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서태지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올려놓음으로써 '서태지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애초에 주입한 상태로 그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팬들에게 유유히 가르친 것이다.

그곳에 이르기까지 그는 무척 외로운 사투를 즐겼을 것이다. 서태지를 음악으로만 평가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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