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도 게이샤도 황제도...할리우드 '동양 짜깁기'

[금주의이슈] 국내개봉한 '미이라3'의 진시황이 악당으로 그려져 씁쓸하다

박종진 기자  |  2008.08.02 12:54

상업영화의 상징 할리우드가 '내 멋대로' 동양 그리기에 푹 빠졌다.

30일 국내개봉한 '미이라3:황제의 무덤'은 무대를 난데없이 중국으로 옮겼다. 이집트 피라미드 대신 진시황릉을 배경으로 삼았다. 진시황이 미라로 되살아나고 흙으로 빚은 수많은 병마용들도 등장한다. 역사적 인물 진시황은 주인공에 반하는 악당일 뿐이다.

전형적인 오락영화의 가상설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최근 쿵푸를 주제로 한 '포비든 킹덤', '쿵푸팬더' 등 할리우드 오락물에서 '동양풍'이 주요소재로 등장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문제는 동양문화에 단편적 부분들만 '짜깁기' 돼 왜곡된 전달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철저히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보다 보니 심지어 주인공의 '눈'도 국적불명의 녹색을 띄기도 한다.

가령 '미이라3'에 나오는 설인과 삼두용은 중국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다. 설인 이야기는 히말라야 일대 네팔지역이 뿌리다. 머리가 셋 달린 용도 '정통 중국용'과는 다르다.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이것저것 갖다 붙인 꼴. 동방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오해, 오리엔탈리즘의 반영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오리엔탈리즘은 이미 2006년 개봉한 '게이샤의 추억'에서 그 절정을 보여줬다. 당시 제작진은 LA근교에 '가상의 교토'를 만들고 건축사적 고증 대신 벚나무를 채워 게이샤의 신비감을 강조했다. 기모노도 배우들의 몸매가 잘 드러나도록 현대화시켰다.

영화 속 게이샤는 춤과 음악, 미술과 서예에 뛰어난 예술인이 아닌 묘한 조명 아래 은밀하면서도 쾌락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주인공 치요(장쯔이 분)의 눈동자는 '쿵푸 팬더'의 녹색눈동자와 마찬가지로 푸른 회색빛을 띄어 '환상'은 극대화됐다. 중국 쓰촨성의 한 지역 예술가는 '쿵푸 팬더'의 제작사 드림웍스를 상대로 "판다의 녹색 눈동자는 중국의 상징을 모욕한 것"이라며 베이징 법정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할리우드가 동양에 집착하는 이유는 '새로움'때문이다. 한해 300편의 상업영화를 쏟아내는 할리우드에 가장 절실한 것은 소재거리다. 동양은 여전히 서구인들의 눈에는 신비롭고 재미있는 무대다. 역사가 깊어 다양한 스토리도 많다.

특히 올해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려 세계인의 시선도 중국으로 쏠린다. 할리우드의 상업성은 철저히 동양을 물고늘어진다.

물론 서양인이 가공한 자기네 얘깃거리를 '소비'하는 대다수 동양 관객들은 "오락영화인데 뭐가 어떠냐"는 반응이다. "문화 융합"이라는 평가도 있다. 국내 관객들만 해도 "'미이라3'에 나오는 갖가지 설정이 기대된다"고 한다.

하지만 비록 진지하지 않은 오락영화라 할지라도 이 같이 왜곡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그려진다면 동양에 대한 이해는 삐뚤어질 수 있다. 동양이 그 자체로 이해·평가 받지 못하고 어떤 포장이 덧씌워지는 것이다. 그 포장은 신비감이든 찬사든 상관없이 문제다. 쿵푸를 할 줄 아는 동양인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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