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랑(23)은 특별하다.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출신 양궁선수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올림픽 메달을 위해 국적을 바꾸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라 눈에 띈다.
엄혜랑은 전라북도 전주 출신으로 1985년 태어났다. 이름 '혜랑'(惠浪)은 초등학교 때 이혼한 부모를 대신해 키워준 할아버지가 '은혜가 파도처럼 밀려온다'는 뜻으로 지어줬다. 엄혜랑은 일본 이름 하야카와 나미(早川 浪)에도 고집스레 '랑'(浪)자를 넣었다.
엄혜랑이 활을 잡은 건 초등학교 5학년.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한국에서 선수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전북체고 시절인 2001년 유럽주니어컵 양궁대회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진학을 못하고 한국토지공사에서 활을 쏘던 그는 "공부가 하고 싶어" 화살을 떠났다. "같이 살자"는 권유에 2004년 일본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바다를 건넜다. 엄혜랑은 일본에서 일본어와 네일 아트를 배우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듬해 일본체육대학에 입학하면서 엄혜랑은 자연스레 다시 활을 잡았다. 2006년 1월 일본국적도 취득했다.
엄혜랑은 일본에서 더 빛을 발했다. 2007년 실내세계선수권에서 일본 선수 최초로 우승했고 같은 해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개인 70m에서 잇따라 일본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아시아양궁선수권 여자단체전 결승에서는 한국 선수단이 엄혜랑이 이끄는 일본팀에 쩔쩔매다 간신히 역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에 나서는 엄혜랑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에 맞서는 부담감에 대해 "(한국 선수들이) 다 아는 사람들이라 어려운 것이 아니고 긴장감이 없어진다"고 농담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엄혜랑은 "개인전에서 언제나 졌던 한국 선수들에게 이기고 싶다"고 강한 승부의지도 보였다. 승부세계의 냉정함 앞에 국적은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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