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연타석 안타..홈런타자 '다크나이트'는?

김현록 기자  |  2008.08.07 13:26


충무로가 흉흉하다. 한국영화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며 위기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600만 돌파를 앞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 겨우 자존심을 살렸다지만 한 해를 묵은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 참패를 맛보고 기대작들도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사이 할리우드 영화들은 시의 적절하게 한국 극장가를 요리하며 실속을 챙기고 있다. "홈런은 없어도 연타석 안타"라는 말이 딱 떠오르는 형국. 아직 지난해 '트랜스포머' 같은 홈런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삼진 아웃으로 쓸쓸히 타석을 떠난 이도 없었다.

대표적인 주자는 각기 400만을 넘기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슈퍼히어로물 '아이언맨'과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다.

'아이언맨'은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줄줄이 스크린으로 진출시켰던 마블 코믹스가 아껴뒀던 인기 만화 주인공.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인 만큼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으나 4월 비수기 극장가에서 맹위를 떨치며 수입사 CJ엔터테인먼트를 흐뭇하게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프로젝트 '쿵푸팬더'도 450만 관객을 넘기며 현재까지 상영중이다. '슈렉3'이 세웠던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 쿵푸에 도전한 굼뜬 팬더의 이야기에 젊은 층은 물론 남녀노소 가족 관객까지 호응한 덕이다.

이밖에도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다. 워쇼스키 형제의 야심작 '스피드 레이서'나 키아누 리브스가 한국을 찾았던 '스트리트 킹' 등이 참패했을 뿐 관객들은 꾸준히 할리우드 기대작들을 찾았다.

화제 속에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4: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마니아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향수를 자극하며 4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다. 리암 니슨의 액션물 '테이큰'이 2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했고, 불량 히어로를 내세운 '핸콕', 고뇌하는 '인크레더블 헐크' 등도 호응을 얻었다. 최근 개봉한 '미이라3:황제의 무덤'도 반짝 흥행으로 힘을 더했다.

이제 관심은 연타석 안타에 성공한 할리우드가 올 하반기까지 승리를 이어갈지에 쏠린다. 그 여부는 드디어 타순에 들어선 북미 박스오피스의 대형 홈런타자 배트맨에 달렸다. 바로 6일 개봉한 '다크나이트'다.

연기파 배우 고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도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는 할리우드 흥행사를 다시 쓰는 중이다. 북미 개봉 첫날부터 줄줄이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18일째 이미 최단시간 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이미 예매사이트 1위를 석권하며 개봉 첫날인 지난 6일 평일에도 불구하고 16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관망하는 이들도 많다. 부족한 프린트, 2시간30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이 가장 큰 문제다. 기대작들이 대개 5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비해 380여개의 프린트가 고작인 '다크나이트'는 450여관 이상을 넘어설 수가 없다. 더욱이 1개 관에서 하루 5번 이상 상영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다크나이트'의 흥행 여부는 할리우드 기대작들의 한국 성패와 상관없이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유독 한국 극장가에서 맥을 추지 못했던 '배트맨' 시리즈의 징크스가 드디어 깨질지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 관객들이 긴 상영길이와 암울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북미에서의 화제성이 한국에서의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팽팽히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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