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섭 영진위원장 "한국영화 재발명하겠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08.13 10:14
이명근 기자 qwe123@

강한섭 제4기 영화진흥위원장이 기대와 우려 속에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올 초 영화인들은 신임 영진위원장이 누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영진위의 사업계획과 당면한 한국영화 불황을 극복하는데 영진위원장이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방향점이 갈리기 때문이었다. 위원장 자리를 놓고 인수위 시절부터 로비가 있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 정도로 설왕설래가 오고간 끝에 강한섭 교수가 4기 영진위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강 위원장은 재야 시절 한국영화 스크린독과점 문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으며, 3기 영진위가 한국영화 수익률 악화에 별 도움이 못됐다고 지적해왔다.

현 한국영화 산업을 '공황적 위기'라고 규정한 강 위원장은 수익률 흑자전환과 영상문화 향유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게 4기 영진위의 과제라고 밝혔다.

-교수와 평론가로서 외부에서 영진위를 바라보는 것과 내부에서 살펴보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먼저 지난 10년 동안 난 한국영화 진흥사업에 대한 독한 비판자 중 한 명이었다. 한국영화 붐은 거품이고 착시현상이라고 봤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한국영화가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이기고, 대중문화의 중심이 됐으며, 수많은 인력이 산업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7%의 수익률이 나오며 10년 전보다 수익구조가 안좋아졌다. 현재 상황을 공황적 위기로 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3기와 4기 영진위의 차이가 난다.

-3기 영진위에 신랄한 비판자 중 한 명이었는데.

▶3기 위원회는 현실 문제 해결보다는 관념에 의한 정책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양성과 대중영화를 이분법으로 나눠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분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으며, 감독들 또한 상을 받으려 두 가지를 구분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수익률 구조 개선에 힘을 쓰지 않았다. 스크린 독과점에도 눈을 돌렸다. 개인적으로 3기 영진위를 독과점을 용인한 진보 위원회라고 생각한다.

-독립 영화 지원 등 한국영화 기초를 다진 3기 위원회의 성과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좋은 정책은 계승, 발전해야 하지 않나.

▶독립영화 지원과 아트플러스 등 예술영화의 유통경로를 만든 점은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3기는 제작지원까지는 도움을 줬으나 관객에게 보여질 유통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독립영화에 대한 3기와 4기의 차이는 더 많은 예산으로 지원하되 시장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점이다.

메이저 극장들과 협의해 서울에 독립영화관을 50개 가량 확보할 계획이다. 극장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윈-윈'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이다.

-한국영화를 아시아 허브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는데.

▶우선 교육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아시아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필름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영화교육이 체계적인 곳은 없다. 아시아 학생이 50% 이상 교육을 받으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빔 벤더스 감독이 2010년에 한 달 이상 머물며 강의를 하기로 했다.

서울과 도쿄와 베이징의 영화교류전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12월에 영진위에서 새로운 영화저널을 월간지로 창간할 계획이다. 기존 영화저널과 다투는 저널이 아닌 아시아 영화 담론을 주도하는 저널을 만들 것이다.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 같은 저널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영화산업 수익률 구조 개선을 위해 스크린 독과점 해결과 저작권보호, 부가시장유통관리에 중점을 둔다고 했는데.

▶우선 스크린 독과점은 덤핑된 가격과 함께 한국영화 거품을 일으키는 요소였다.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에게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3단계로 진행할 계획이다. 메이저 극장 체인에게 스크린 독과점이 제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알도록 정책적인 유도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노사정 위원회처럼 극장과 제작사, 정부가 모여 위원회를 만들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이것도 안되면 법률적인 제안을 영진위가 적극적으로 국회와 정부에 할 용의가 있다. 임기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일단 올 겨울 시즌에 독과점적인 요소가 보인다면 해결이 안될 경우 성명을 발표할 생각이다.
이명근 기자 qwe123@


-불법 다운로드 근절 등 저작권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11월을 목표로 소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다. 메이저 배급사와 제작사, 지상파 방송사, 포털, 통신 사업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문화 콘텐츠 상생 협약을 만들도록 하고, 이후 청와대에 건의를 하도록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사업은 대단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도록 인센티브와 채찍에 영진위가 앞장서겠다.

-불법 다운로드로 붕괴된 DVD 시장을 회복하기 위한 방침은.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계도를 문화부와 긴밀하게 이어 갈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DVD 시장은 가격정책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법 다운로드나 불법DVD는 통상 3000원에 거래된다. 이는 3000원이면 DVD를 살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저가 다량판매도 시장이 고려해야 한다.

영진위는 민간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DVD 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흔히 고전영화는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영화라고 한다. 한국 고전영화 뿐 아니라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 같은 영화도 DVD로 출시되지 않았다.

만일 민간사업자가 한국고전 DVD 사업에 참여한다면 장기 융자를 해주거나 만일 없다면 영진위가 직접 실시할 생각이다.

-영화계 현안 중 하나가 극장요금 인상이다. 지금까지 영진위는 민간사업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극장요금 인상에 개입을 하지 않았는데.

▶5년 동안 물가가 상승했는데 극장요금은 제 자리인 만큼 개선되어야 하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소비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있다. 디지털 요금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극장요금이 오르는 것을 소비자는 동의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영화계의 의견을 수렴해 관계 당국에 앞장서서 건의할 의향이 있다. 시장의 정상화와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겠다.

-영화발전기금과 영진위가 참여하는 펀드 운영에 대한 방침은.

▶소진성 사업보다는 수익이 창출되는 사업에 주력할 것이다. 다른 기금, 예를 들어 정보통신발전기금 등에서 기금을 가져오도록 노력하고 있다. 영진위가 운영하는 펀드나 참여하는 펀드는 실질적으로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을 주는 사업자들이 참여하도록 할 것이다. 예컨대 공포영화 제작이 안된다면 공포영화에 10%를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옵션을 제시하도록 할 것이다.

-해외극장 개봉 지원과 해외 프로젝트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자면.

▶현재 한국과 뉴질랜드와 영화 발전 협정이 진행 중이다. 호주와 유럽과도 영화 협력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국영화를 수입하는 외국회사에 지원을 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현재 한국영화산업을 진단한다면.

▶공황적 위기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 수익률이 플러스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바닥이 생각보다 깊다. 4기 영진위 비전이 한국영화 재발명이다. 한국영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영진위가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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