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서', 9년 전 공포가 새옷을 입었다

최문정 기자  |  2008.08.14 23:54
KBS 2TV '전설의 고향'의 '귀서'편 <사진출처=방송캡쳐화면>

KBS 2TV '전설의 고향'의 '귀서'가 2008 '전설의 고향'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KBS 2TV '전설의 고향'은 14일 그 네 번째 이야기 '귀서'(극본 김정애·연출 김용수)를 방송하며 과거와 제일 비슷하면서도 제일 새로운 공포를 선보였다.

이날 방송된 '귀서'는 오프닝부터 달랐다. 화선지에 풍속도 마냥 그려진 그림들과 흐르는 시그널은 이제까지 방송된 3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초반부터 공포몰이에 나선 작품들도 많았지만 '귀서'는 시작부터 죽어나가는 왕과 한쪽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던 공녀 등으로 초반 공포몰이의 '지존' 자리를 노렸다. 초반에 비해 후반엔 직접적인 귀신의 등장 등 공포소구가 덜했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귀서'는 '설공찬전'을 소재로 극이 진행되는 내내 "공찬이 귀신"이라며 모든 것이 귀신의 짓인냥 미루어 짐작케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엔 또 그 믿음을 등진 채 사람이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으로 대체 귀신의 짓인지 사람의 짓인지 알 듯 모를 듯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따르는 자와 알던 자, 알게 되는 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도무지 사람인 지 귀신인지 알 듯 모를 듯 풀어가는 스토리에 끝까지 "범인은 이 자다!"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귀서'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여전한 진리와 훈훈한 결말 속 교훈을 남기며 어설픈 귀신보다 훨씬 효과적인 공포를 전했다.

귀신이 사건의 중심인 것이 당연한 것인 듯한 '전설의 고향'에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게 나오고 결국 귀신이 사건을 풀어냈음은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지만 '귀서'는 이를 새로운 매력으로 풀어냈다.

게다가 과거 '전설의 고향'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내레이션이 예고 없이 등장 "재임 9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인종..."이라며 사건을 풀어내기 시작하자 새로움은 곧 전통의 익숙함으로 포장돼 부담 없이 다가왔다.

14일 방송된 '귀서'까지 이미 공개된 2008 '전설의 고향'의 4편이 제각각 색다른 매력으로 매회 새로운 색을 덧칠하고 있는 가운데 남은 4편이 선보일 매력은 어떨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전설의 고향'은 20일 '오구도령', 21일 '기방괴담', 27일 '사신이야기', 28일 '환향녀' 등이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싸늘한 칼날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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