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일본 열도를 침몰시킨 이승엽의 홈런은 단연 이승엽 자신의 '집념'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 없었다면 이승엽은 그 집념을 끝까지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22일 대한민국을 흥분케 한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국-일본 준결승전은 언제나 그렇듯 드라마 같은 명승부였다. 이 드라마의 감독은 김경문, 주연은 이승엽이었다.
초반부터 0대2로 끌려가던 한국은 계속 추격의 기회를 잡았지만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특히 4번 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매타석 중요한 순간마다 삼진과 병살타로 추격에 찬물을 뿌렸다.
이승엽은 이번 올림픽에서 유난히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손가락 부상의 여파와 회복되지 않은 타격감, 성적에 대한 부담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빈타에 허덕이던 이승엽이 결장한 쿠바와의 경기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7대4로 승리하자 이승엽 기용에 대한 반론이 김 감독을 괴롭혔다. 급기야 결코 질 수 없는 준결승 한일전에서 이승엽은 일시적 부진이 아닌 침체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결국 이승엽은 김 감독의 끈질긴 믿음에 천금같은 역전 홈런으로 보답했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쳐낸 홈런이기에 이승엽의 끈질김 역시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에서도 뚝심야구로 유명하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고, 한번 믿고 기용한 선수에게는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렇기 때문인지 김 감독이 지휘하는 두산 베어스는 끈끈한 응집력으로 매번 전력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물론 김 감독의 뚝심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아웃카운트 하나 쉽게 잡지 못하던 한기주를 계속 마운드에 올렸다. 한기주가 기대이하의 피칭을 보이자 '감독 김경문, 작가 한기주의 피말리는 드라마'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한기주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며 지속적인 기용의사를 밝히며 어린 선수를 뚝심있게 지켰다.
숙적 일본을 따돌리고 은메달을 확보하며 23일 결승전에 나서게 된 명장 김경문. 그가 과연 곰 같은 '뚝심'으로 또다시 어떤 드라마를 선보일지 온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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