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질타' 김다인 "한동안 나도 멍했다"(인터뷰)

김수진 기자  |  2008.09.05 16:26
김다인 ⓒ송희진 기자 songhj@


사랑이 전부라고 믿었다. 내 사랑을 지킬수록 힘들어졌다. 내 사랑을 보내 주려했다. 하지만 내 앞에서 죽겠다고 절규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순 없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맞게 된 이복언니의 남편인 내 사랑과 함께 살기로…. 그 이후 난 계속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얘기일까.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MBC 일일극 '흔들리지마'(극본 이홍구·연출 백호민,박수철)의 박민정 얘기다. 가족 안의 외로운 섬, 박민정. 신예 김다안(26)은 박민정으로 8개월째 살아가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매력을 발산하며 '혜성급' 신예로 평가 받고 있는 그다.

박민정에게 쏟아지는 시청자의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까. 체력도 바닥났다. 종영을 앞둔 SBS '식객'까지 일주일 내내 촬영의 연속이다. 172㎝ 큰 키에 몸무게 40㎏ 대다.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몸무게가 5㎏이나 빠졌다. 최근 펑펑 쏟아지는 코피가 입으로까지 넘어와 촬영을 중단하고 응급실까지 찾았던 경험까지 있다. 진단결과는 과로였다. 저하된 체력도 김다인의 연기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해 전진하고 있다. 5일 김다인을 만났다. 화면 속 보여지는 모습보다 더 가냘프다.

김다인 ⓒ송희진 기자 songhj@


박민정, 시청자 질타의 대상임과 동시에 김다인을 괴롭힌 인물이다.

"대본을 읽고 한동안 멍했다. 민정이 형부인 강필(김남진 분)과 함께 살기로 결정했을 때다. 심경이 복잡했다. 민정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내 자신은 민정이 이해가 안되지만 민정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이해되는 행동이다. 사랑을 하다보면 악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밝았던 민정이가 끝없는 고민에 빠지는 게 불쌍하다."

김다인은 박민정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실제 활발한 성격은 점점 무뚝뚝한 모습으로 변했고, 우울증까지 겪을 정도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삶을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로 인해 죽겠다는 남자도 없었고, 재혼 가정의 아픔을 아는 것도 아니고, 이복언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불륜 역시. 사랑을 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 같은 고민의 결실 덕일까. 김다인은 이 작품에서 스타성 뿐 아니라 연기력도 인정받고 있다. 극중 통해 청순가련한 모습, 악녀의 모습 등등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게다가 '식객'에서의 모습과 '흔들리지마'의 모습을 보고 동일인물로 연상하는 이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낯선 얼굴인데 연기도 잘 하네'는 요즘 김다인에게 쏟아지는 평가다. 노력의 결과다. 김다인은 2003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 이후 정려원 김광규 등이 속한 TN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소속을 체결했다. 5년의 긴 세월동안 김다인은 연기자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지며 때를 기다렸다. 10대 초반에 발탁돼 긴 트레이닝 시간을 거쳐 무대 위에 오르는 아이돌 스타와 같은 격이다.

김다인 ⓒ송희진 기자 songhj@


5년의 긴 시간. 물론 좌절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기자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내가 슈퍼모델 대회에서 상까지 받는 모습을 보시고 허락하셨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앞이 갑갑하다고 느낄 때 좌절했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 뭍으로 나오기까지 부모님은 말할 나위 없고 함께 해준 이들이 있다. 바로 소속사 식구들이다.

"조바심도 났다. 하지만 언젠가 내 꿈을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너의 신념과 나의 눈을 믿는다'는 매니저 언니의 말은 내게 큰 힘을 줬다. 기대하지 않았던 '흔들지마'에 캐스팅됐을 때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이들과 함께 했다. 다음 날 CF 촬영 때문에 눈물을 참아야 했을 정도로 기뻤다."

힘찬 연기자 활동에 시동을 건 김다인의 다이어리 첫 장에는 '처음 그 마음 잃지 말자'는 글귀가 있다. 그는 만개한 꽃봉오리 같은 존재가 아닌 늘 푸르른 소나무 같은 연기자가 되길 소망한다.

알아보고 반갑게 달려와 사인을 부탁하는 팬에게 "아직 사인이 없어요"라며 미안해하며 이름 석 자를 적어서 건네는 그다. 때 묻지 않은 순수의 그 마음 변치 말길.

김다인 ⓒ송희진 기자 so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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