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한 김국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90년 당시 왕성한 활동을 할 때도 그랬지만 복귀하고 나서는 더 그랬다. 그런 그가 5일 저녁 홍대 앞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인터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까다로우면 어쩌지?' 살짝 걱정하면서 약속 장소에 들어선 기자는 갈색 조끼에 얇은 나비넥타이를 맨 그를 발견했다.
"아, 안녕하세요."
말꼬리가 약간 올라가는 특이한 어투로 그가 인사를 건넸다. 어쩐지 친근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를 잊게 한 그의 귀여운 인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예전 별명이던 '치와와'가 떠올라서.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그는 "아", "네?", "어라"와 같은 추임새를 자주 넣는다. 그리고 잠시도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한 채 "이만큼이 있다면요", "그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말이죠"라는 식으로 몸짓으로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이 날 기자에게 인터뷰는 말 뿐이 아니라 손으로도, 눈으로도 때로는 담배를 피우는 타이밍으로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문득 그가 누군가와 오버랩 됐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아세요(기자)?" 그는 눈치 챘다는 듯 응수했다. "MBC였나요. 예전에 한 조사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와 닮은 연예인을 뽑는데 1위가 제가 됐었죠. 고마운 일이죠. 제가 좀 앙상해서 그런가? 하하."
그가 말을 이었다. "연기도 하고 개그도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나 봐요. 그 사람 연기하는 걸 일부러 찾아봤는데 닮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죠."
"닮았다는 게 진지함 아닐까요?(기자)" "예전에 카메라 감독이 제가 장난칠 때 장난치는 거 같은데 눈에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카메라에서 여러 모습이 동시에 느껴져서 '장난기 속에 진지함'이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 칭찬 아니에요?(기자)" "글쎄요.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기쁜 건 기쁘고, 슬픈 건 슬픈 건데. 장난칠 때는 내가 막 (손으로 오므렸다가 크게 펴 휘저었다) 이렇게요. 근데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슬프게도 보이나봐요."
"그럼 로베르토 베니니와 비슷하다고 본인은 느끼세요?(기자)" "음.. 그건.. 코미디라는 게 그 사람의 색깔이나 그 사람이 나왔을 때 느껴지는 묘한 개성이란 게 있는 건데 말이죠. 그게 다 다른데 그걸 같다고 한다는 게 어렵다는 말이죠." 그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코미디라는 부분이 그래요. 저는 쉬다가 이제 나왔는데요. 저 사람이 방송을 쉬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과정은 이제 들어갔고 좀 서서히 시작하려고요. 아직 누구와 비슷하다기보다 특유의 장난기와 그런 과정에서 오는 모습들을 합쳐 '김국진 화'를 시킨 내 스타일로 만들려고요."
"김구라가 이 정도(두 손을 크게 벌린다) 폭 안에 있는 단어를 쓰는 데 말이죠. 내가 이 정도를 쓰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나는 한 이 정도(두 손을 적게 오므린다)쯤. 그니까 이 정도가 이 정도를 하면 (두 손을 벌렸다 오므린다) 어색해서 대중들이 낯설게 본다는 말이죠."
갑자기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거침없는 김구라의 욕설 가까운 말에 당하는 김국진이 떠올랐다. "요즘 하는 방송들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죠? '라디오스타'도 그렇고요.(기자)" "'라디오 스타'는 파격적이죠. 보통 멘트 자체가 다른 방송과 달라요. 게스트가 출연했을 때 '요즘 놀고 계시죠?'라고 물으니까요. 예전 같으면 오랜만에 방송을 출연한 게스트가 있다면 '잘 지내시죠?'이렇게 공손히 물어봐야 하잖아요."
"당하는 역이 설정인건가요. 말도 잘 안하고요. 너무 불쌍해요.(기자)" "적응기죠. 이 방송은 어떤 방송인가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인 거죠. 초반에 많이 당황했고 '이게 뭔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이건 이 방송의 묘미죠. 상대의 당황스러움을 노림수로 하는 거기 때문에.. 음식으로 따지만 굉장히 독특한 음식이란 말이죠."
"그래도 요즘 '라디오 스타'에서 '예~'하면서 일어나 춤추기도 하고 적응이 된 것 같던데요.(기자)" "제가 유일하게 가진 무기가 있다면 자신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예전에 공개 코미디에서 MBC '테마게임'에선 연기도 했고 MBC '칭찬합시다'에서 공익과 오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송도 해봤으니까요."
잠시 그가 과거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국진이 말년 휴가를 나온 군대 시절. 그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90년대 방송계를 주름잡던 그도 아니고 지금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그도 아니었다고. 가진 건 젊음 뿐이던 그는 제대를 앞두고 한강 고수부지를 찾았다. 그 곳에 앉아 한강 다리들도 보고 지나가는 차들도 보면서 한 눈에 보이는 서울 풍경들 사이로 이렇게 다짐했단다.
"여기서 보이는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세상을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꼭 될 거라고 다짐했죠." 김국진은 "빵상 아줌마로 보면 어쩌지? 세상을 움직이는(손으로 지구를 돌리는 시늉). 하하. 제가 자신감이 좀 넘치는 편이죠"라며 웃었다. 그리고 또 담배 한 가치를 꺼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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