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야? 광고야? 시네마 애드 열풍

전예진 기자  |  2008.09.16 15:26
↑ 휴대폰 스카이 광고 속의 영화 '신기전'

"대륙이 두려워하는 비밀병기를 개발하라"

불호령이 떨어지자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영화 '신기전'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폭발음과 함께 갑자기 상황은 코믹하게 반전. '뚫어뻥'이 화살처럼 날아가며 입마개로 변신한 비밀병기는 바로 스카이 휴대폰이다.

"어라, 영화 예고편인 줄 알았는데 광고였네~" 영화 예고편인 줄 알았던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뒤늦게 광고인줄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를 기업의 광고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시네마 애드'라고 한다. 올해부터 유독 영화를 통해 색다른 변주를 시도한 '시네마 애드'는 톡톡 튀는 창작 광고 틈에서도 빛을 발하며 각광받고 있다.

◇ 영화로 '위장'한 뒤통수치는 광고

↑ 휴대폰 스카이 광고 속 '강철중'과 '인크레더블 헐크'

최근 속속 전파를 타고 있는 영화 속 광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휴대폰 브랜드 스카이 이미 전작에서 '인크레더블 헐크' '강철중'등 인기영화의 캐릭터를 차용해 '자매품 스카이'시리즈를 만들었다. 괴성을 지르는 헐크가 몸부림을 치며 '잘 찢어지는 스카이 헐크 셔츠'를 선보였고 무대포 형사 강철중은 이미지와 딱 맞는 '대충대충 깎이는 스카이 카리스마 면도기'를 소개하면서 자매품으로 스카이 휴대폰을 끼워 광고하는 식이다.

영화 예고편과 헷갈리는 '뒤통수 때리는' CF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광고를 내놓기로 유명한 현대카드는 올 여름 영화 '놈놈놈'을 성공적으로 패러디해 웃음을 유발했다.

할인을 쫓는 정우성은 좋은 놈, 경품만 골라 쫓는 이병헌은 나쁜 놈, 무이자 할부만 쫓는 송강호는 이상한 놈으로 발상을 전환해 대입시킨 것. 이들이 만주 벌판을 호쾌하게 질주하면서 현대카드를 차지하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재치에 혀를 내두를 만하다. 오히려 영화보다 CF가 더 재미있을 정도다.

만화영화 캐릭터도 가세했다.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쿵푸팬더'는 삼성전자의 파브 보르도 TV 모델로 발탁됐다. 베이징 올림픽을 고려해 TV 속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고 태권도를 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 영화의 흥행과 함께 인기를 끌었다.

◇ '시네마 애드'가 사랑받는 이유

광고의 생명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발칙한 상상이다. 영화 속 익숙한 캐릭터들은 오히려 광고의 신선함을 떨어뜨릴 법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CF 소재로 쓰이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는 영화의 흥행과 광고 효과 사이의 윈윈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의 인기와 인지도는 결국 광고의 파급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쿵푸팬더'는 450만명을 동원해 애니메이션으로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이 캐릭터의 인기를 고스란히 광고효과로 연결시켰다.

↑ 현대카드 광고 속의 영화 '고고70'

개봉을 앞둔 영화일 경우 압축적이면서 접하기 쉬운 CF를 통해 저절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승우 주연의 '고고70'은 개봉 전 현대카드 광고를 통해 얼굴을 알린 케이스다. 영화 속 열광적인 공연 장면이 CF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잠재적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더해 현대카드와 손을 잡고 '레드카펫 쇼케이스'라는 이벤트까지 마련, 카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현대카드의 시네마 애드 시리즈 제작을 맡은 광고회사 TBWA Korea 관계자는 "2004년도에도 '올드보이' '스캔들' '살인의 추억' 등 히트 영화를 대상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미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예전에는 이미 개봉한 영화인 경우가 많았다고. 때문에 영화사에 별도의 판권료와 배우들의 초상권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미개봉 영화와 공동으로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영화제작사는 홍보효과를 감안해 별도의 판권료와 초상권 사용료도 줄이는 게 통상적이다. 이는 곧 제작비 절감으로 이어져 광고주는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영화 속 웅장한 스케일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모델 캐스팅 비용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현대카드는 '놈놈놈' 광고로 흥행보증수표인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 세 명의 스타를 한꺼번에 기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카드가 영화 개봉을 전후로 한 달 동안 이 세 배우의 초상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CJ엔터테인먼트에 지불한 돈은 5억원. 톱스타 3명의 광고료치곤 저렴한 액수다. 이들을 각각 캐스팅했다면 1인당 CF 모델료를 3억원이라고 해도 10억원 남짓한 출연료를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고고70' 광고의 경우도 조승우의 인지도에 비하면 광고제작비를 훨씬 절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영화만 그대로 따왔다고 생각하면 오산

하지만 '시네마 애드'가 광고주의 입장에서 항상 '복덩이'인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직접 제작하지 않는 대신 영화를 선별할 때 여러 가지 까다로운 기준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광고에 적합한 영화를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개봉 전 영화를 선택해야하는데 흥행 영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여기다 19세이상관람가 등급 영화는 방송광고심의에 저촉될 여지가 있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영화의 주제가 선정적이거나 도덕 윤리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광고화 할 수 없다.

영화에 대한 심의가 통과됐더라도 영화 속 배우 선정도 쉽지 않다. 개봉 전이라 하더라도 주연 배우가 거액의 초상권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국 영화보다는 국내 영화가 광고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관계자는 "해외 영화의 경우 자막 처리도 까다롭고 배우들의 초상권 문제도 복잡해 어쩔 수 없이 국내 영화를 많이 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주연 배우가 경쟁사 제품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면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탈락' 명단에 들어간다.

◇ 시네마 애드 열풍은 계속된다

↑ 삼성전자 파브 보르도 TV 광고 속의 쿵푸팬더

하지만 이런 복잡한 기준을 거치더라도 앞으로 시네마 애드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카드와 스카이를 필두로 '시네마 애드'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광고계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산업 분야와 영화 제작사 간의 활발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현재 '놈놈놈''고고70'에 이어 겨울 시리즈를 겨냥한 영화 물색에 한창이다.

관계자는 "영화사 쪽에서도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 홍보효과를 금액으로 수치화 할 순 없지만 광고제작비를 낮춘 것만으로도 유무형의 효과가 크다"며 "영화 제작사나 기업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니 계속 의뢰가 들어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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