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전도연 고현정..작은영화 큰배우

전형화 기자  |  2008.09.17 10:49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소지섭 전도연 이나영 고현정>

제작비가 적게 투입되는 영화에 대형스타들의 출연이 잇따라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개봉해 5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영화는 영화다'에는 소지섭과 강지환이,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멋진 하루'에는 전도연과 하정우가, 10월9일 개봉하는 '비몽'에는 이나영이 각각 출연했다.

현재 막바지 촬영 중인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고현정이 김태우 유준상 엄지원 등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소지섭과 전도연, 고현정, 이나영 등은 드라마와 영화, CF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들이다. 개런티만 수억원에 달하는 이 배우들의 선택이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작품에 출연하는 까닭은 뭘까?

그 이유는 이미지 변신, 영화에 대한 애정, 한국영화 침체상황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는 소지섭의 전역 후 첫 작품이며, '멋진 하루'는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첫 작품이다. 고현정은 '대물' 제작이 무산된 뒤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이나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 3년 만이다.

각 배우들로서는 오랜 기다림 끝에 선택한 영화들이기에 그만큼 신중했다. 소지섭은 당초 복귀작이었던 '카인과 아벨'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장고를 거듭했다. 일본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가 '영화는 영화다'에 출연한 것은 시나리오의 매력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이 쓰고 장훈 감독이 각색한 '영화는 영화다'는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깡패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 때문에 일찍이 남자 스타들이 두루 탐을 냈다. 공동 제작사 스폰지이엔티의 조성규 대표는 "소지섭 뿐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역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제작비가 적어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줬기에 빅캐스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이 선택한 '멋진 하루'는 20억원 가량 제작비가 투입됐다. '멋진 하루'는 시나리오가 좋다는 소문은 익히 떠돌았지만 진행이 미흡하다 전도연의 가세로 급진전된 경우이다. 온갖 불행에 떨었던 '밀양'과는 달리 '멋진 하루'에서 전도연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전 남친에게 빚을 받으러 온 여인을 연기한다.

전작의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더 편안한 전도연을 찾을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차기작을 준비해 온 이나영은 '비몽'이 김기덕 감독 연출에 오다기리 죠가 출연을 확정한 데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고현정은 홍상수 감독과의 의리로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녀는 '대물'측에도 8월에 영화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일찌감치 양해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고현정을 비롯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노 개런티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계에서는 배우들이 이처럼 출연료를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고서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거품론까지 일었던 고액 출연료 논란이 사그러드는 계기가 됐으며, 적은 예산으로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처럼 배우들이 저예산 영화와 블록버스터를 오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나온다.

반면 한국영화가 침체기를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톱스타가 출연한 저예산영화가 수익 모델이 될 경우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블록버스터와 저예산영화가 활성화되는 반면 허리를 감당할 중간 규모 영화들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예산영화를 3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게 과연 옳은 배급 방식인지, 저예산 영화 시장이 활성화될지도 영화계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큰 배우들의 작은 영화 선택이 과연 한국영화에 어떤 결과를 남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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