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적극적이고 화끈한 여자가 어필하는 시대다. 지고지순한 여성상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결혼관도 변하고 연애관도 변한다. 달라진 여성의 캐릭터는 영화에서 잘 드러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울부짖는 남자친구 유지태를 뒤로하고 사랑의 감정이 변하자 망설임 없이 헤어짐을 선언했던 영화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의 은수(이영애 분).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감정이 식자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나는 것도 적극적이다. 이혼녀라는 꼬리표도 그에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은수는 기존 영화 속의 남녀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2001년 극장가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 이듬해, 엄정화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며 또 한 번 파장을 일으켰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감독 유하)의 연희(엄정화 분)는 결혼과 연애를 동시에 즐기며 자유롭게 두 남자를 오간다. 결혼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고 믿으며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상대를 찾는다.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랑과 섹스에도 적극적이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 앞에 자유로운 이들의 도발적인 모습에 여성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여성상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여성들은 이들에게 열광했다.
그런데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캐릭터가 등장했다. 10월23일 개봉예정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의 인아(손예진 분)가 그 주인공. 인아는 헌 책 냄새가 좋아 방안 가득 헌 책을 모으고 설렘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휴대폰 발신자 표시도 거부하는 독특한 생활방식의 소유자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마찬가지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두 소설이 나왔을 때 파격적인 설정으로 충격을 안겼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여성의 두 집 살림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가부장제 사회에 갇혀 사는 여성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줬다.
일부일처제가 통용되는 나라에서 일처다부제를 몸소 실천하는 내용이 약간은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통쾌했다. 기존 관념과 도덕적 잣대에 반하는 행위가 독자들의 마음을 흥분시킨 것. 연기파 손예진의 통념을 넘어선 캐릭터 구축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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