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 지금이 기회이자 위기다

김관명 기자  |  2008.09.30 12:58
MBC '에덴의 동쪽' <사진제공=MBC>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지난 29일로 11회를 방송했다. 총 50회 방송이니 이제 5분의 1이 간 셈이다. 시청률 흐름은 좋다. 첫 회를 11.6%로 시작해 방송 6회만에 20%를 넘더니 10회에선 25.2%, 11회에선 26.5%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경쟁작 SBS '타짜'(13.5%)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시청 평도 좋다. 특히 극중 최고의 악역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태성건설의 신태환' 조민기와, 70년대 안기부도 식은 죽 먹기로 움직이는 카지노 대부 '국회장' 유동근의 완숙한 연기력엔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꼬장꼬장한 '엄마' 이미숙과, 눈물 반 한숨 반의 더부살이 인생 전미선, 극 초반 어이없이 죽은 '아버지' 이종원에 대한 연기 상찬은 또 어떻고?

줄거리 흐름은 진작부터 흥미롭다. 주인공 '이동철' 송승헌이 마침내 오랜 마카오 '쓰레기'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 꿈에 그리던 동생 '이동욱' 연정훈을 만났다. 드디어 작품의 주테마라 할 '형제'가 재회, 우애와 애증과 야망을 향해 치달을 일만 남았다. 이런 이들의 우애와 애증과 야망은, 거의 예전 미국의 유명 미니시리즈 '사랑과 야망'(Rich man, Poor man)의 루디 & 톰 조다쉬 형제 급이다.

더욱이 이들 뒤에는 '국회장'이 있다. 당대 최고의 재력가가 이들 형제를 바라보는 눈이, 비록 속물스럽고 신데렐라적이긴 하지만, 예사롭지 않고 볼 만하다. 또한 언제 나오나 싶었던 '삼각관계'의 한 축 이다해와 송승헌도 결국 만났으니, 이제 남은 건 한 여자를 사이에 둔 형제간의 피하고 싶은 연적관계다. 여기에 송승헌을 향한, 겉으론 그래도 속으론 여전한 이연희의 애틋한 마음도 식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 '에덴의 동쪽'은 위태롭다. 현 시청률에 만족하고, 연기 상찬에 흡족해 하다간,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를 정도로 허점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억지' 설정과 인간관계.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 박해진과 한지혜 라인이 대표적이다. 욕조에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하고(한지혜), 할아버지를 찾아 무릎 꿇고 백배사죄를 할 만큼(박해진), 이들 라인은 자극적이지만, 왜 이 청춘남녀가 이렇게 극한으로 치달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극적 설득력이 부족하다. 헬기에서 내려 '연인'을 낚아채는 식의 자극은 한 번으로 족하다. 박해진은 극중 서울대 입학 당시 수석합격생 연정훈에게 조소와 비아냥을 날릴 때처럼, '남자 대 남자'로 맞설 때 제 각이 서는 배우다.

이다해와 송승헌의 모터보트 만남신도 필연을 가장한 생경하고 진부한 드라마 작의에 불과하다. 사실 이다해가 굳이 한세일보 회장인 아버지(박근형)의 청평별장에 갈 이유도 없었고, 송승헌이 굳이 '국회장'의 심부름으로 007 가방을 전해줄 절체절명의 이유도 시청자는 알지 못한다. 더욱이 그냥 헤어질 수도 있었던 이들이, 하필 그때 이다해 구두 힐이 부러져 인연을 이어간 점도 너무 도식적이고 진부하다. 삼각관계를 위한 공식과 도식의 연속이다. 도식적이기는 송승헌에 대해 '야생마, 믿을 만한 남자'와 '쓰레기'를 시계추처럼 오고가는 이연희의 평면적인 심리도 빠지지 않는다.

문어체 같은 대사도 위험요소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지금은 가려져 있을 뿐이다. "시끄러, 이 년이.."처럼 드라마 초반 이미숙 입을 통해 느닷없이 튀어 나와 시청자 귀에 착착 감기던 나연숙 작가의 대사가 점점 '듣는 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남영동 취조실에서 내뱉은 연정훈의 악다구니 같은 대사는, '목적어를 술어 앞에 뒀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문어체다. 부모 앞에서 대놓고 큰 소리를 쳐댄 이다해의 어투도 자연스러운 구어투는 절대 아니다. 박해진이 유독 이미숙 앞에서 하는 '반(半) 해라체', 조민기가 시도때도 없이 반복하는 '혈통이 나쁜 것들은..' 대사도 거슬리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에덴의 동쪽'의 가장 큰 위기는 드라마를 지금까지 쉬지 않고 앞으로만 이끌어왔던 '서사구조'가 최근 들어 휘발됐다는 점이다. 아버지 이종원의 어이없는 죽음, 연정훈과 박해진의 뒤바뀐 운명, 어린 송승헌의 감옥탈출과 마카오행, 국회장과 송승헌의 짜릿한 만남, 조민기의 차라리 필사적인 다각도 로비.. '에덴의 동쪽'을 지금까지 밀어붙인 건 이같은 긴박한 사건사고의 힘이었지, '쓰러진 자신(이다해)을 향해 쏟아지는 두 남자(송승헌 연정훈)의 따뜻한 간호사 같은 손길' 식의 판에 박힌 멜로는 절대 아니었다.

'이동철' 송승헌의 경우 시청자가 주목하고 기대하는 건 그의 험난한 인생 역정 그 자체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불우했던 탄광촌 꼬마가 여러 차례 타국에서 목숨 잃을 위기를 극복하며 카지노 대부 최측근으로 입성하는 과정이 내 일처럼 감칠 맛 났던 것이다. 김범 시절, 언뜻언뜻 보여줬던 이동철의 '될성부름'에 희열을 느꼈던 시청자가 어디 한두 명이었을까. 시청자 역시 부와 권력을 신데렐라처럼 내심 꿈꾸기는 마찬가지인 거니까. 조민기가 버린 고아원 동기 정혜영과 간호사 신은정이 어느 샌가 막강한 로비스트가 돼 나타났을 때, 그 모습이 휘황찬란하고 멋져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인생한방 역전의 마력은 바로 그 잘 차려입은 두 여인의 자태에서 폭발했다.

이제 제작진의 선택은 분명하다. 국회장과 송승헌이 벌이는 신의와 충성과 배신과 몰락에 집중하시라. 탐욕스러운 조민기의 갈 데까지 가는 악행과 잠시 동안의 성공, 뼈아픈 몰락을 잘근잘근 물고 늘어지시라. 신은정 정혜영도 이 조민기의 몰락에 적극 동참하시고. 또한 송승헌 연정훈, 두 형제가 험난한 시대에 펼칠 따뜻한 형제애와 동지애, 가족애를 '아주 세게' 보듬어주시라. 그것도 아니면 카지노 대부의 딸로, 그저 한 남자를 사랑했을 뿐인 이연희의 초조와 행복과 괴멸을 '모래시계'의 고현정처럼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주시던가. 전혀 산뜻하지도, 무릎을 칠 만큼 대단하지도 않은 절절 멜로, 삼각-사각 멜로는 다른 드라마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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