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2일 열세 번째 잔치를 시작한다. 이번 영화제는 60개국 총 315편의 영화가 초청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도 역대 최다인 85편이다.
영화제 기간에는 개·폐막작을 만든 루스템 압드라쉐프, 윤종찬 감독과 홍콩의 왕가위, 서극 감독을 비롯해 세계 유명 감독과 현빈, 이보영, 일본의 아야세 하루카 등 국내외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는 관객이 불편 없이 영화를 만끽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기획 홍보 인력을 대폭 강화했으며,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통한 예매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동안 소외됐던 남포동 영화의 거리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성공적인 부산영화제가 되기 위한 조언을 묶어봤다.
#정치인 깜짝 등장은 이제 그만, 영화 축제는 영화인에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내내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개막식에 초청된 세계적인 음악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의전 문제이다. 노 거장을 30여분 동안 방치했으며, 끝내 불만을 드러내고 한국을 떠났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발단의 시작이었다.
사실 엔니오 모리꼬네 의전 문제는 영화제의 문제보다는 당시 대선주자들이 갑작스럽게 개막식에 들이닥친 게 탓이다. 대선주자들이 영화제에 사전에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참석한데다 서로 나중에 입장하려고 눈치를 본 탓에 개막식이 하염없이 지체됐다.
결국 박수갈채를 받으며 입장하게 돼 있던 엔니오 모리꼬네는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다 끝난 뒤 개막식 일정에 쫓겨 허둥지둥 들어가야 했다.
정치행사와 영화축제를 구분 못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행태와 원활한 대처를 못했던 영화제, 그리고 사실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보도한 일부 매체가 논란을 촉발시킨 셈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런 의전상의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한 준비를 기울이고 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매끄러운 개막식이 이뤄지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영화제측은 올해부터 매체의 폭주를 막기 위해 사전 조율을 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했다.
#레드카펫만 밟는 배우들, 해결 방법은 없는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라는 위상으로 수많은 배우들이 개막식을 찾아 레드카펫을 밟는다. 올해도 김혜수 김정은 하정우 한예슬 등 많은 배우들이 부산을 찾는다. 이들 스타들은 영화제를 빛내는 자랑이며, 축제의 한 요소이다.
하지만 개막식에 참석했다가 개막작이 상영될 즈음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는 배우들의 모습은 매년 지적이 되풀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하면 배우들이 이동하고 이에 따라 매니저들도 함께 떠나면 개막작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배우들이 개막작을 보지 않고 자리를 뜨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얇은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는 배우들이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끝까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영화제측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어쩔 수 없다는 눈치를 보인다. 그럼에도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을 위해서라면 이런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로서 2013년 완공 예정인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PIFF공식상영극장이 될 두레라움은 배우들의 참석 뿐 아니라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영화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철저한 안전 대비-자원봉사자 교육 강화
부산국제영화제를 오늘에 있게 한데는 열성적인 자원봉사자들의 몫이 크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제를 즐기는 자원봉사자들은 기간 내내 친절한 미소로 관객을 유도한다. 하지만 영화제를 폭 넓게 이해하고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드물다.
영화제 측이 한동안 남포동에 영화 행사를 줄였던 것은 관객이 해운대쪽으로 몰린 까닭도 있지만 안전문제도 컸다. 좁은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서 행사를 하다보니 수많은 관객이 몰려 무대가 무너질 뻔한 상황이 종종 있었다.
영화제 측은 올해는 다시 남포동에 영화 행사를 많이 유치해 관객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3일 남포동 야외무대에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의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무대인사가 있다. 팬들이 몰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영화제 측은 철저한 안전 대비를 해야 한다.
#3돌 맞은 아시안필름마켓, 그 방향은
올해로 3회를 맞은 아시안필름마켓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려 만든 아시안필름마켓은 그러나 시작부터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아메리칸필름마켓과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세계 바이어들이 아시안필름마켓을 아메리칸필름마켓을 찾기 직전 가는 사전행사로 여기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2회까지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커다란 딜이 없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아시안필름마켓 행사로 열리는 아시아스타서밋도 특별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샀다. 아시아 각국의 배우들을 아시아 영화 관계자들에 소개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던 아시아스타서밋이 일회성 행사로 그친다는 의견이 많았다.
때문에 올해 아시아스타서밋 행사를 아예 개최하지 않는다. 대신 APAN(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 컨퍼런스)을 열어 보다 직접적인 효과를 낳도록 했다. 이 행사에는 '터미네이터4'의 주인공 문 블러드굿 등이 참석한다.
올해 아시안필름마켓에는 한국영화 침체를 맞아 지난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부스도 줄었다. 이쯤에서 아시안필름마켓의 방향점을 모색해야 한다. 여느 필름마켓처럼 전세계 영화 세일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아시아 영화의 발굴과 세계시장 판매에 주안을 둬야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모토와도 맞닿는다.
영화제 측도 이런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김동호 위원장은 "아시안필름마켓이 아시아영화의 통로가 되는데 주안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힘내라 한국영화',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길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 부흥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10여년간 한국영화 발전기와 맞물려 영화제가 성장했으며 유형무형의 자산을 한국영화와 공유했다.
최근 몇년간 불어닥친 한국영화 침체는 그대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반영됐다. 부산을 찾는 영화인은 갈수록 줄어들고, 필름마켓에 참여하는 부스도 줄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힘내라 한국영화'라는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한국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섹션을 통해 '우행순' '추격자' '놈놈놈' 등 올해 인기를 모은 영화들을 상영하며, 비전 부문에서 새로운 영화들을 공개한다. 총 25편의 한국영화 중 15편이 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될 만큼 공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제작에 도움을 주기 위한 자리도 마련했다. 독립영화에 지원하는 기존 PPP 외에 아시아 각국의 영화 펀드를 한 자리에 모으는 행사를 준비했다. 이 자리를 통해 영화 제작사들이 각국의 펀드 담당자들과 논의를 가지고 재원 마련을 하도록 했다. 합작 영화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지난 해 부산영화제를 통해 송혜교가 미국 영화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올해도 그런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 제작이 줄어들면서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 행사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영화인들이 찾아 효과를 걷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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