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캐스팅은 내 운명..아직도 꿈속같아"

김현록 기자  |  2008.10.07 15:43
'비몽'의 김기덕 감독.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김기덕 감독이 돌아왔다. 15번째 작품을 들고서. 쉰이 가까워오도록 식지 않는 영화적 열정을 과시하듯 그는 쉬지 않고 작품을 찍는다. 9일 개봉을 앞둔 그의 15번째 영화 '비몽'은 꿈과 현실을 오가는 소통과 단절의 이야기다. 남자가 꾼 꿈은 여자의 현실이 되고, 그의 숨겨진 욕구는 여자의 비극이 된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시키는 철학적인 주제와 독특한 영상, 고집스런 취향이 그대로 읽히는 이번 작품에서 유독 눈길을 모으는 것은 주연을 맡은 두 배우다. 이나영과 오다기리 죠. 극중 두 사람은 자신의 모국어로 전혀 거리낌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낯설고도 독특한 느낌을 전한다. 거기엔 장첸 등 외국 스타들과 작업을 이어 온 김기덕 감독의 욕심이 담겼다.

7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직접 배우 오다기리 죠에게 그 소감을 물으며 "감정이 통한다면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두 주인공의 대화를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영화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캐스팅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타들과 함께한 15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소감을 담담히 전했다.

-각기 한국어와 일본어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독특하다.

▶그렇게 한번 표현해 보고 결과를 붇고 있다. 낯설다는 사람도 있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글로벌 시대의 차세대 영화적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방법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많은 언어가 통역이란 구차한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서,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려는 시도였다.

'비몽'의 김기덕 감독과 주인공 오다기리 죠.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상당히 파격적이다.

▶지적 상식의 틀 안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방법론이다. 단순히 언어를 알아듣는다는 설정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오다기리 죠의 말처럼 결국 감정의 문제다. 눈빛, 표정 등등. 사실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자막없이 개봉하는 것을 시도하려고 했다. 상대방의 대답이나 반응을 통해 충분히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이 실제로도 친하지 않은 것 같다. 빨리 찍는 감독의 스타일이 일조한 것은 아닌지.

▶현장에서 배우들이 서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13회차인가? 워낙 빠른 시간에 찍었고, 이 배우가 쉬고 있어도 다른 배우가 찍기 때문에 둘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한다. 두 사람이 친해지지 못한 데 내 잘못이 있다.(웃음)

촬영 막바지 전에는 거의 이야기를 안하더라. 보광사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찍고 난 다음에야 둘이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가 봐도 남남이나 다름이 없었다. 극의 내용상 거리감이 있어야 하고, 상대의 꿈 때문에 불행한 관계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피차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도 훌륭한 연기자시다. 보통은 사심에서 친해지는데.(웃음)

-오다기리 죠의 작업장이며 곳곳의 한옥이 눈에 띈다.

▶'비몽'이란 영화 자체가 판타지적인 배경이 있고, 몽환적인 배우 두 명이 나오지 않나. 비주얼적으로도 리얼리즘보다는 몽환적인 데 가깝다. 그런 점에서 색감이나 꿈같은 장면을 고려해 헌팅을 했다. 거기에 오다기리 죠며 이나영을 세워두니 영락이 없었다. 생각했던 게 살아나는 느낌이었고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다기리 죠에게도 촬영 전 이곳에서 찍겠다고 다 알려줬고 본인도 마음에 들어했다.

-이나영, 오다기리 죠의 캐스팅은 그런 몽환적인 이미지를 고려한 것인가.

▶몽환적인 아우라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제 영화의 캐스팅은 늘 운명적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도 심리적으로 바랐던 것이 운명적으로 이뤄진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오다기리 죠 같은 경우는 '과연 내 영화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이 그런 몽환적 배경에 놓여 영화를 찍고 개봉을 하고 나와 같이 앉아있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꿈의 연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다기리 죠를 처음 본 것은?

▶'메종 드 히미코'로 먼저 알았고, '유레루'를 더 좋게 봤다. 그렇지만 '피와 뼈'에 나온 줄은 몰랐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아버지와 싸우는 아들 캐릭터에 굉장히 열광했다. 기타노 다케시는 늘 그런 걍팍한 역할을 해왔지만, 아버지와 맞장을 뜨는 아들이 너무 매력적이고 강렬했다. 그게 오다기리 죠였다는 걸 영화를 찍는 도중에 알았다. 그런데 말을 못하겠는거다. 미안해서. 이제야 이야기한다. 몸의 액션도 그렇고 정말 최고였다. 그래서 나중에야 '아 역시, 잘봤어' 그랬다.(웃음)

-제작자로 나선 영화 '영화는 영화다'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소감이 듣고싶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대안으로,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 제작비를 알차게 썼던 무고한 제작자들이 오해를 받는다. '김기덕이 5억에 찍으니 니들도 그래라'라는 건 말이 안된다. 제작비를 연기자가 다 가져가는 건 아니다. 세트며 다 다른 채널이 있다. 그런데 소모되는 필요한 걸 쓰는 제작자가 70∼80%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스타일이 있다는 것 정도. 그런 경우 지방을 빼는 한국 영화계가 됐으면 좋겠다. 100만 관객 정도면 실제 많은 제작자들에게는 꿈이나 다름없다. 겉으로 화려해 보여도 300만 관객이 들고도 이익을 못 내지 않나. 어쨌든 어느 정도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한국영화의 대안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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