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27)에 이어 당당하게 커밍아웃했던 모델 김지후(23)가 지난 7일 목숨을 끊었다.
고 장채원은 숨진 3일 같이 일하던 트렌스젠더 손모(22)씨와 술을 마시며 "너무 괴롭다. 최진실처럼,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했다. 고 김지후는 유서에서 '외톨이다' '힘들다' '하늘로 날아가고 싶다'며 힘든 심경을 드러냈다.
20대 꽃다운 나이, 앞날이 창창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무엇일까.
장채원과 김지후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적소수자로서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이들은 성적소수자로서 호기심의 대상으로 주목받은 동시에, 연예인으로서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당당히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했으나, 우리 사회는 그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제2의 하리수를 꿈꿨던 장채원은 성전환수술을 하기 전 성 정체성에 대한 갈등으로 수없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채원은 2004년 7월 SBS '진실게임'에 여장을 하고 출연했고, 3년 뒤 2007년 5월 같은 프로그램에 성전환수술을 하고 '여자'가 되어 다시 얼굴을 비췄다. 그는 수술 전후 모습이 모두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주목을 받은 만큼 네티즌의 악플과 비방도 이어졌다. 그가 2006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 점과 평소 잠을 이루지 못해 소량의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점은 심리적 고통이 극심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장채원은 "최진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는 말을 남기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선택했다.
김지후도 '게이'임을 고백한 이후 싸늘한 주변의 시선에 괴로워했다. 김지후는 지난 4월 실제 게이들이 출연해 그들의 사연과 고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케이블채널 tvN의 '커밍아웃'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홍석천은 "(김지후가 '커밍아웃') 방송을 촬영한 뒤 사람들의 악플에 시달려서 힘들다고 했다"며 "연기자의 꿈을 갖고 열심히 했던 친구인데 많이 힘들어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어머니도 경찰 조사에서 "(고인이) 연예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연예활동이 잘 되지 않아서 자살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압박감과 주변 사람들의 냉대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성적소수자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 '러쉬' 운영자는 "성적소수자들도 다 똑같은 사람인데 우리 사회는 오랜 관념과 인식으로 쌓여져 왔던 틀 속에 맞지 않는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잔혹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적소수자에게 동정심을 보이고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손가락질은 하지 말아야한다. 그런 식의 소외감이 얼마나 커다란 절망을 떠올리게 하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성적소수자에게 중요한 것은 여자도 남자도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한 트랜스젠더도 "우리는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것이고, 누군가가 알아 달라는 게 아니라 단지 내 자신을 찾고 싶었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선택한 것"이라며 연이은 성적소수자 연예인의 자살 소식에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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