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배우 카가와 테루유키가 봉준호 감독을 헹가래 친 까닭은(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10.15 19:29

카가와 테루유키는 '유레루'와 '녹차전쟁', 그리고 최근작 '이십세기 소년'까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이다.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가 '도쿄'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카가와 테루유키는 봉준호,레오 까락스,미셸 공드리 등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에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편에 출연했다. 11년째 방안에 살고 있는 히키코모리를 연기한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이 큰 영광인 듯 했다.

15일 '도쿄' 기자시사회에서 카가와 테루유키는 "이 자리에 와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사에 앞서 무대인사에 '살인의 추억'을 보며 송강호의 발차기에 얻어맞고 싶었다는 소감을 드러냈던 카가와 테루유키는 "봉준호 감독과 여건만 된다면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50미터 크기의 크레인을 움직이는 운전기사 같다"면서 "그 끝에 현미경이 달려 있어 미생물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봉 감독은 큰 것과 작은 것을 동시에 보고 진행하는 감독"이라며 "'살인의 추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 영화 촬영에서 그런 것을 확인해 스스로 흡족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구멍이 나도록 본 가장 존경하는 영화라고 꼽은 카가와 테루유키는 "'살인의 추억'이 끝난 뒤 '괴물'을 만든 것을 보고 봉준호 감독의 크기에 모든 일본 영화인들이 경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영화의 매력을 '파워' 속에 깔려 있는 코믹함이라고 정의한 그는 송강호를 너무 좋아한다며 '효자동 이발소'의 화장실 장면을 집에서 몰래 따라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카가와 테루유키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봉준호 감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영화 촬영이 모두 끝난 뒤 스태프들이 봉준호 감독을 헹가래 친 사연도 소개했다.

카가와 테루유키는 "일본에서도 촬영이 끝나고 감독을 헹가래 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닿은 것을 싫어하는 히키코모리 체질을 지닌 일본인이 그렇게까지 한 것은 현장 스태프 모두가 존경을 하고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프로젝트에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기에 장편 이상의 만족감을 맛봤다는 그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현장 스태프가 모두 알고 있었다"면서 "매 컷트에 희노애락을 담아야 했고 그것을 해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다"고 촬영현장을 떠올렸다.

카가와 테루유키는 "내가 상상하는 디테일은 보통 사람은 잡아낼 수 없는 것을 잡아내는 것"이라며 "그것을 겪을 수 있었던 3주간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봉준호 감독과의 추억을 즐겁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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