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연예인들, 박중훈 본받아라

김태은 인터넷이슈팀장  |  2008.10.22 14:14

최근 급부상한 여자 탤런트가 학력위조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해 숨은그림 찾듯 거국적으로 행해진 가짜학력 유명인 색출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잖은 상황이다. 와중에 박중훈의 존재감이 새삼 두드러지고 있다. ‘토종’ 배우들 가운데 영어가 드물게 유창한 케이스다.

배우 박중훈은 청춘스타로 인기절정이던 1990년대 초반, 눈앞의 기득권을 외면한 채 미국으로 유학했다. 박수칠 때 떠난 그는 더 크고 굵은 스크린의 동량이 돼 귀국했다.

1997년 영화 ‘아메리칸 드래건’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박중훈은 5년 뒤 ‘찰리의 진실’로 마침내 주류에 합류했다. 지난해 4월 아시아 배우 최초로 미국에서 회고전을 열었을 정도다.

그의 영어 실력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릴레이 시위 현장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영국 BBC 방송을 상대로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200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즉석에서 외국 인사 인터뷰를 부탁받고 무대에 올라 영어와 일어를 막힘없이 구사했다.

박중훈은 길지 않은 유학을 마친 지 15년이 지나도록 의사소통은 물론 통역까지 가능한 수준의 영어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단없는 공부의 결과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비교적 늦깎이로 뉴욕대에서 연기교육학 석사를 따냈다. 연예인들의 학력검증 바람이 불면서 박중훈에게도 의심이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SBS가 추진한 ‘박중훈쇼’가 무산된 것은 박중훈의 '학력' 탓이라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토크쇼를 시작한 상태에서 학력 문제가 불거지느니 아예 프로그램 신설 자체를 없던 일로 했다는 그럴싸한 소문이었다.

이 같은 루머를 확인해야 했다. 미국 내 관련기관과 접촉했다. 얼마 후 해당 기관의 답신을 받았다. 박중훈은 1991년 5월20일 뉴욕대 스타인하르트 스쿨에서 연기교육학을 전공, 이듬해 10월5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

영화평론가인 고 정영일은 박중훈의 이미지에서 대배우 말론 브랜도(1924~2004)를 읽었다. ‘브랜도’하면 영화 ‘대부’부터 떠오른다.

40대로 접어든 박중훈은 한국영화계의 중추다. 위로는 안성기를 비롯한 선배들을, 아래로는 숱한 후배들을 밀고 끌며 스스로에게 사명감을 부여하고 있다. 정직이 바탕이 된 책임감이기에 신뢰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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