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인순이, 예술의 전당 공연 자격있다"

"예술의 전당 개방은 관객을 위한 것"

김지연 기자  |  2008.10.24 09:33
가수 김장훈(왼쪽)과 인순이 ⓒ임성균, 송희진 기자


가수 인순이가 또 다시 예술의 전당 대관에 실패한 가운데 가수 김장훈이 예술의 전당 개방은 관객을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장훈은 24일 오전 8시20분께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예술의 전당 개방은 관객을 위하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장훈은 "언젠가부터 대중가수들의 '예술의 전당공연'에 대한 갈등이 공론화되고 기사화되면서 가끔씩 나도 얘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내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가 내려놓기를 몇 번이었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어 김장훈은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그 갈등이라는 것이 어쩌면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 않나하는 안타까움에, 그동안 공연바닥에서 20년 가까이 가수로서, 기획자로서, 연출자로서 살아온 그 행복하고도 힘들었던 현장의 체험들과 기억들을 되뇌면서 용기를 내 조심스레 내 의견을 피력해 본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내가 하고자 하는 취지는 희망적인 이야기이다. 조금만 달리, 넓게 보면 다수가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든 것들을 관객의 입장에만 맞출 수 있다면 갈등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예술의 전당의 대중문화개방은 궁극적으로 가수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의 발전을 꿈꿔본다"는 그는 "몇 년 전부터 예술의 전당의 대중가수들에 대한 홀대에 대해 문제가 될 때쯤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만일 예술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공연을 한다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갈망과 결론은, 그 공연을 보는 관객이 예술의 전당의 차별화된 시스템의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 시스템은 잘 알다시피 늘 공연하는 체육관이나 소극장과 달리 너무 많은 장점들을 예술의 전당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개인적으로 가장 탐나는 것은 몇 가지가 있다"며 "이를테면 잘 갖춰진 바톤(무대 위 장비나 세트를 걸 수 있게 만든 봉)이나 무대 옆과 뒤쪽에 넓은 공간 확보 등 연출할 때 늘 꿈꾸던 환경"이라며 "회전식무대를 이용함해 세트전환 같은 뮤지컬의 특성을 공연연출로 이용하면 사람들이 대중가수의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 같은 느낌과 공연의 폭발력을 함께 누리는 아주 행복한 공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장훈은 "공연을 전반적으로 만드는 사람으로서 느껴지는 어쩌면 아주 단순한 갈망"이라며 "사실 나 역시 2000회 가까이 공연을 해오며 체육관, 중·소극장에서 정말 단조로운 공연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연출을 바꾸고 무대를 바꿔도 (체육관에서의 공연은)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김장훈은 체육관과 소극장이 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지 현실을 설명하며 예술의 전당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장훈은 "관객의 기쁨이라는 면에서만 접근한다면 결국 예술의 전당 문제도 쉽게 해결될 것"이라며 "어떤 공연장이 꼭 각 장르의 음악에 다 개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공연장의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사람들이 시스템 좋은 곳에서 하는 차별화된 대중공연도 가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예술의 전당에서 최소한의 융통성을 발휘해 취지를 허물지 않는 선에서 최소의 개방을 한다면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고 이런 불필요한 싸움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오직 관객이란 바탕에서 가수든 기획자든 예술의 전당이든 방법을 찾는다면 해결책은 나올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예술의 전당에 맞는 분들로 적극 밀어 드리겠다. 인순이 씨도 그런 자격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문세 씨는 아마도 내가 말한 시스템의 절반만 갖춰도 관객들에게 몇 배의 재미와 감동을 선물할 그런 대단한 분이다"라고 적었다.

실제로 이문세는 예술의 전당 중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하지만 최대 600석 규모인 자유소극장은 가수들이 원하는 예술의 전당 공연이 아니다. 가수들이 바라는 예술의 전당 공연은 2000석이 넘는 콘서트홀이나 오페라극장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예술의 전당에 대해 탓하는 것이 아니다"는 김장훈은 "공연계에서 20년을 살아온 사람으로 현실적인 고뇌와 '대중'이나 '순수'와 상관없이 오직 '문화관객'을 아우르고픈 낭만적인 꿈을 동시에 말씀드리는 것이다. 빨리 시절이 좋아져 차별화된 공연장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인순이는 지난 15일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대관 신청에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순이는 내년 10월 예정으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대관 신청을 했다.

이에 앞서 인순이는 올 3월 데뷔 30주년 기념공연 '레전드' 제작 발표회에서 "예술의 전당에서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거절당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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