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김성수, 쿨과는 거리가 멀다!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08.10.28 09:05


연애를 할 때 그저 그렇게 밋밋하게 진행되면 지지부진하게 질질 끄는 게 아니라 단칼에 탁 정리하기. 반대로 연애하다가 상대방에게 보기 좋게 뻥~ 차여도 몇 날 며칠, 죽을 둥 살 둥 식음전폐하며 질질 짜지 않고, '인연이 아닌가봐. 더 좋은 짝 있겠지'라며 현실적으로 정리하기. 누군가 내 기분을 슬슬 건들며 비꼴 때도 '너 참 유치하다'라는 눈빛으로 상대방 보고 여유있게 싹~ 웃어주기. 회의하다가 열심히 낸 의견이 보기 좋게 까여도 '난 능력이 없나봐'라며 자기비하하지 않고 당당하기.

그렇다. 이렇게 어떤 상황이든 담담하게, 차분하게, 당당하게 넘기는 사람은 참 멋지다. 한 마디로 쿨~한 사람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쿨하다란 녀석이 일상생활에 쏙~ 자리잡았다. 그리고 쿨하다란 말만큼 노래방에서 꼭 부르는 레퍼토리로 쏙~ 자리잡은 많은 곡들이 그룹 쿨의 노래들이다.

3년 만에 다시 뭉쳐서 활동하고 있는 그룹 쿨. 그룹 이름처럼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쿨~한 히트곡들은 그들 앨범에 줄줄이 사탕으로 엮여있다. 그런데, 참으로 언밸런스한 것은 멤버들은 쿨~이란 말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제일 멀어 보이는 인물은 바로, 그렇다, 다들 짐작하셨듯이 맏형 김성수다.

예전에 경제랑 한 바탕 놀아주는 프로그램에서 김성수가 수많은 사기를 당했음이 알려졌고, 무한하게 도전하는 프로그램 초창기에는 어떤 도전을 하든 힘들어보였던 김성수. 그런데, 내가 만난 김성수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2000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어떤 토크 프로그램을 할 당시 그룹 쿨이 출연하기로 됐고, 녹화 전에 미리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다. 약속 시간은 토요일 저녁, 장소는 압구정동이었다. 약속 당일 난 후배 작가와 함께 압구정동으로 출발을 했는데, 회의가 약간 늦게 끝나는 바람에 내 계산으로는 10분 정도 지각이었다.

하지만, 압구정동과 별로 안 친했던 탓에 토요일 저녁이 어떤 교통 상황을 가져올지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 것이 내 실수였다. 사실상 10분 지각은 말도 안 되는 짐작이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 막 출발했을 무렵 추적추적 비까지 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쿨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약속 시간을 늦추거나 아님 다른 편한 시간에 다시 만나면 어떨지 양해를 구했으나, 당시 만나기로 했던 김성수와 유리가 그냥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꽉 막힌 올림픽대로 중간에서 교통사고까지 나면서 약속 시간은 이미 바이바이를 한 상태가 됐고, 딱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간 중간 쿨의 매니저에게 전화로 양해를 구하며 겨우겨우 약속 장소를 찾아갔는데... 아뿔싸, 이번엔 근처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게 됐다. 시작부터 일이 꼬이니 평소 하루에 한 번 생길 일이 여러 번 겹치면서 끝까지 꼬이는 것이었다. 그리곤 너무나 부끄럽게도 거의 2시간 정도 지각이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도 2시간 지각이면 심하게 싸울 일 아닌가. 그런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게다가 바쁜 인기 스타와의 만남에 2시간 지각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너무나 미안해서 그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그들은 기다리면서 짜증이 좀 났는지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대할 땐 웃어주며 인터뷰를 하자고 편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 너무나 미안하다고, 정말 오늘 그냥 약속을 취소했어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를 했더니 유리 왈, '성수 오빠가 그냥 기다리자고 했어요. 약속이니까. 운은 나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긴 거니까 이해해주자고 하면서요' 한다.

그 얘기에 너무 놀랐다. 솔직히 우리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며 심하게 화를 냈어도 백번 받아들였을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니 말이다. 그러며 편하고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해줬다. 그것도 거의 3시간이 다 되도록. 인터뷰를 끝내고 나중에 매니저가 다가와 이런다. '성수 형은 원래 저렇게 사람이 좋으세요. 아무리 기분 나쁜 상황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시죠' 한다. 그렇다. 김성수는 말 그대로 좋은 사람이었다.

아마 김성수는 그 당시 일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가슴 속에는 깊이 남아있다. 게다가 그 당시 바로 얼마 전엔 모 연예인과 인터뷰 중에 사무실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가 함께 따라나온 그의 동생이 작가가 예의 없는 거 아니냐며 심하게 몰아붙였던 기억이 떠올라 더더욱 비교가 되기도 했으니까. 그 당시 우리에게 보여준 그의 남다른 이해심을 볼 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확신한다. 그리고 그를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싶다. 소중한 2시간을 뺏어서 미안하다고.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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