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를 먹여 살리는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드라마다.
방송사의 간판인 저녁뉴스를 제외하면 방송 3사의 드라마가 광고수입의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는 지난 28일 "1월부터 8월까지 방송사 프로그램 별 광고수입액을 조사한 결과, SBS '조강지처클럽'이 243억원 MBC '이산' 237억원 KBS 2TV '엄마가 뿔났다'가 230억원의 광고수입을 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는 드라마 시청률을 둘러싸고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인다. 초호화 캐스팅에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대작 드라마''명품 드라마' 만들기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방송사들이 침체된 경제 상황 속에서 안전하게 시청률을 보장받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바로 인기가 검증된 추억의 드라마를 다시 '우려먹는' 방법이다.
◇ 다시 돌아오는 '추억의 드라마들'
KBS는 지난 6월부터 18년 전 드라마 '서울 뚝배기'를 리메이크한 '돌아온 뚝배기'를 선보였다. '서울 뚝배기'는 1991년 KBS에서 방송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탤런트 주현 길용우 최수종 등이 출연해 투박한 뚝배기처럼 서민들의 일상을 맛깔스럽게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작을 썼던 김운경 작가가 각색을 맡은 이 드라마는 6월 2일 첫 방송에서 9.2%의 시청률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오후 7시40분대라는 불리한 시간대임에도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달성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청춘드라마의 대표작인 KBS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도 시청률을 지키기 위한 안전한 대안으로 선택됐다. 현재 방송사와 제작 시기는 협의 중이다. 1987년 당시 인기리에 방영됐던 이 드라마는 이미연 이상아 최수종 손창민 최재성 최수지 등이 청춘스타로 발돋움 시켰다. 의과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1탄의 폭발적인 인기에 힙입어 연극영화과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2탄까지 제작됐다.
이번에 다시 리메이크 될 시즌 2탄에는 과거 의대생으로 출연했던 주인공들이 교수로 돌아온다. 당시 대본을 맡았던 박리미 작가와 그의 아들 김지용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이에 질세라 MBC도 '종합병원2'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9일 방송예정인 '종합병원2'는 1994년 히트를 쳤던 '종합병원'과 이어지는 줄거리로 구성되며 리메이크작이 아닌 두번째 시즌 형식으로 제작됐다.
◇ 안방극장 두드리는 옛 드라마, 도대체 왜?
속속 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드라마를 되살리는 이유는 뭘까.
먼저 불황인 경제상황 속에서 드라마를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다시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대학 캠퍼스나 병원 가정집이 배경으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중심이 된다. 때문에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나 거대 세트장을 제작할 필요가 없다. 또 전작을 제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노하우를 살려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시청률에 대한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미 인기가 검증된 드라마인만큼 고정적인 마니아 층이 확보돼 있다. 옛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다시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15년 전 이 드라마를 즐겨봤던 세대들이 30~40대 중장년층에 포진해 있어 안방극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는 신세대와 달리, 중장년층은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고정적인 시청자 층이기 때문에 시청률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이미 캐릭터가 설정돼 있고 구조적 얼개가 탄탄히 짜여있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종합병원2'의 연출을 맡은 노도철 PD는 "이미 전작에서 능수능란하게 연기했던 배우들과 촬영하게 되니 확실히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히트작품을 새로 만드는 만큼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덜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아무래도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필요도 없어 드라마 전개도 빠르고, 보는 사람도 주인공의 성격에 익숙한 덕분에 빨리 감정이입이 돼 흡입력이 있을 것"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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