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부터 김재욱까지..게이역 배우 변천사③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8.11.07 14:25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게이 연기를 펼친배우들. 황정민 정찬 주진모 김갑수 김재욱 김한길>

한국영화에 동성애는 일종의 금기였다. 민규동 감독의 '여고괴담2'에서 여고생 동성애를 그린 적은 있지만 상업 영화 속에서 남성 동성애자, 즉 게이는 터부에 가까웠다.

보수적인 한국사회에 게이가 등장하고, 또 게이 역을 이성애자 남성인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에 대한 도전이었다. 미국 드라마와 할리우드 영화에서 게이가 여자를 가장 이해하는 친구로 곧잘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쉽지 않았다.

한국영화에 게이, 혹은 트랜스젠더, 또는 남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다양한 문제작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9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부터이다.

93년 개봉한 김호선 감독의 '아담이 눈뜰 때'에서 최재성은 세상에 무관심한 대학입시에 실패한 재수생으로 출연해 남색가인 오디오 가게 주인의 상대가 되어주는 연기를 선보였다. 장정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최재성은 희망을 잃은 청년을 연기하기 위해 남자와의 정사신도 과감하게 단행했다.

최재성이 본격적인 게이 연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와의 동침 자체가 상업영화에서 선보였다는 사실이 당시로서는 큰 충격으로 관객에 받아들여졌다.

오히려 안방극장에서 성적 소수자인 게이의 이야기를 보다 진지하게 접근해 선보였다. 99년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PD 콤비는 단막극 '슬픈 유혹'에서 김갑수와 주진모는 세상에 인정받지 못한 슬픈 사랑을 잘 소화해냈다.

2002년 등장한 '로드무비'는 한국영화사에 남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황정민과 정찬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게이들의 사랑을 정면에 내세워 스크린에 남성 동성애를 커밍아웃시켰다.

황정민과 정찬은 여전히 쉽지 않은 동성애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당시만 해도 동성애 연기를 하면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꼬리표가 따라붙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의 도전은 안방극장에도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등장하게 만드는 기회를 줬다.

이후 MBC 베스트극장에서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를 담은 문제적인 수작들이 종종 방송됐다.

2006년은 성적 소수자 영화가 잇달아 화제를 모은 해이기도 했다.

여성으로 성전환를 꿈꾸는 남자 고교생이 씨름으로 수술비를 마련한다는 '천하장사 마돈나'에 이어 본격 게이 로맨스 영화 '후회하지 않아'가 그 해 여름과 초겨울을 장식했다.

류덕환과 김남길, 이영훈은 각각 이 작품에서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펼쳐 대중에 새로운 모습으로 각인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침내 2008년에는 민규동 감독의 꽃미남 게이가 등장하는 '앤티크'가 개봉한다. 민규동 감독은 전작인 '여고괴담2'에서는 여고생간의 사랑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천호진를 통해 동성애적인 사랑을 그린 바 있다.

'앤티크'에서는 김재욱이 마음에 드는 남자를 모두 쓰러뜨릴 수 있는 마성의 게이를 연기했다. '앤티크'와 같은 날 개봉하는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서는 김혜성이 자신을 괴롭히는 불량아에게 애정을 느끼는 고교생으로 출연했다.

황정민부터 김재욱까지 게이 역을 맡은 배우들의 변화에는 한국영화에서 그리는 게이들의 모습이 반영돼 있다. 소수자의 어려운 사랑을 그릴 때는 현실적인 냄새를 풍기는 배우들이 주로 게이 역을 소화한 반면 동성애적인 코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 요즘은 꽃미남 배우들에 그 몫이 돌아가고 있다.

'앤티크'가 흥행의 단 맛을 보게 된다면 한국영화에도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게이 친구가 자연스레 등장할 수도 있다. 게이 연기를 하는 배우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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