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과 건방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남의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자기 밖에 모르는 건방지고 이기적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스스로를 자유롭다 하고, 나쁘게 말하면 건방이 도졌다 한다.
배우 김남길은 자유인에 더 가깝다. 두려움 걱정으로부터 자유롭다. 그가 출연한 영화 '미인도'의 강무도 자유로운 인물이다. 청동 거울을 만들면서 계급사회였던 조선시대를 즐기며 살아간다. 그는 그림을 위해 남자로 살았던 신윤복이 사랑 앞에 여자이고 싶었던 남자다.
김남길은 "이번 작품은 김남길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짜 모습이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며 미소 짓는다.
자신과 닮았다면 정말 신윤복과 강무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김남길의 혈액형은 AB형이다. 그에 따르면 AB형은 일단 좋아하게 되면 정성을 다하지만 울화통이 터지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스타일이다.
김남길은 "B형에 가까운 AB형이다. 강무와 같은 사랑을 꿈꾼다. 아무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만 생각하면서 달릴 수 있는 게 부럽다"
"첫 사랑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8개월 정도 사귄 여자친구였다. 고등학교 때는 서로 어떤 조건도 생각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지 않나? 당시에 좋은 게 있으면 그녀가 먼저 생각나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그녀가 떠올랐다. 헤어진 뒤 2년 넘게 마음고생을 했다"
김남길은 첫 사랑 후에 그녀의 그림자를 뒤쫓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여자친구를 새로 만나도 어느새 첫 사랑에 대해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그녀. 그는 "이제는 서로 신뢰를 쌓아가고 싶다. 내가 배울 점이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김남길은 아픈 사랑을 통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아우라를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강무는 극중 김홍도와 대조적 인물이다. 김홍도가 신윤복의 스승으로서 무거움을 갖고 있다면 강무는 밝고 통통 튄다. 김홍도와 강무, 두 강자와 신윤복의 삼각관계가 그려질 법한데 '미인도'는 잔잔하게 사랑을 완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남길은 "김홍도와 신윤복은 역사에 있는 실제 인물이다. 하지만 강무는 가상의 인물이라 감정 자체가 밝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인도'는 김남길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줬다. 선배 배우 김민선과 수위 높은 노출신이 등장하고, 어떤 작품보다도 많이 맞았다.
그는 "김민선과 베드신은 어렵지 않았다. 베드신은 여배우에 대한 배려가 첫 번째다. 전작들에서 베드신을 찍어본 경험이 있어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격정적이면서 부드러운 감정으로 이끌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민선을 위한 배려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서로에 대한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삼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벗고 돌아다녔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김남길은 이번 작품에서 정말 많이 맞았다. 신윤복을 처음 마주치는 장면에서 맞고, 신윤복을 보호해주기 위해 맞는다. 예고편에서는 멋있게 몽둥이를 휘두르지만 그 장면이 끝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10여 명에게 둘러싸여 두들겨 맞는다. 눈길을 끄는 건 그의 생동감 있는 표정이다.
"생동감? 그럴 수밖에 없다. 처음 신윤복과 만날 때 무릎을 꿇리기 위해 뒤에서 무릎 뒤를 내리치는 신이 있다. 무술감독님이 진짜로 세게 때려 "헉"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모던보이'에서는 박해일씨를 때렸는데 역할이 바뀌니 맞는 것도 쉽지 않음을 알게 됐다"
"사실 매 맞는 것보다 맞은 곳을 또 맞아서 멍이 드는 게 힘들었다. 후반부에 강무가 귀양 가는 장면에서 넘어지는 것도 실제상황이다. 정말 더워서 저절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스물 아홉 살인 김남길은 내년 서른 살을 앞두고 있다. 서른 살은 어떤 의미를 지닐지 궁금했다.
그는 "스무 살일 때는 서른 살이 되면 뭔가 크게 바뀔 것 같았다. 서른 살은 책임감이 느껴지는 나이 같다. 주위의 시선도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시선에 따라 내가 맞춰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남길은 다음 작품으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영화 트랜드인 조선시대, 사극을 모두 해봤으니 다시 현대물로 돌아와야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웃음으로 답했다. 꽃이 열매로 변신하듯, 그 자신을 뛰어 넘어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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