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故최진실, 죽어서도 피눈물 흘릴 것"

이수현 기자  |  2008.11.11 11:42
방송인 허수경 ⓒ홍봉진 기자 honggga@


방송인 허수경이 고 최진실의 사망에 대해 같은 한부모 가정의 어머니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허수경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조성민의 친권 행사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부모 가정의 한부모 엄마 허수경입니다'라는 글을 낭독했다.

허수경은 낭독하기 전 "평소에는 방송인 허수경이라고 소개하지만 오늘은 한부모 가정의 한부모 엄마 허수경이라고 소개하겠다"며 기자회견에 나선 심경을 밝혔다.

허수경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부모 가정의 한 부모 엄마"라며 "한부모 엄마였던 최진실씨의 죽음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한부모는 아플 권리는 물론이고 죽을 권리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허수경은 "배우자 없이 아이를 양육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부모는 유고시에 정서적으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경제적으로 아이의 미래를 돌보아줄 수 있는 대상이 없는 한 결코 죽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배우 최진실을 키워내고 손주들을 돌보았던 어머니가 딸의 재산은 물론 손주들의 앞날에 대하여 1퍼센트의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이 땅의 하늘에서 그녀(최진실)는 죽어서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허수경은 "진정한 ‘최진실법’이란 악플 관련 법제가 아니라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진실로 행복해지는 법 개정에 붙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회견은 '한부모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 모임(가칭)' 주관으로 개최됐으며 조성민의 친권 행사를 반대하고 현행 친권제도의 법적 보완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배우 손숙과 김부선, 방송인 허수경, 만화가 오성근, 변호사 원민경, 여성학자 오한숙희 등이 참석했다.

현재 조성민은 고 최진실 사망 이후 두 자녀의 친권 및 재산권 행사 문제를 놓고 최진영 등 유가족 측과 맞서고 있다. 이에 네티즌과 여성계 인사들은 조성민의 친권 행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이며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그동안 조성민 친권포기 촉구 서명운동을 펼쳐온 ‘조성민친권반대카페’는 조만간 붉은 카네이션을 들고 조성민 친권 회복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부모 가정의 한부모 엄마 허수경입니다' 전문

주변의 많은 엄마들로부터 ‘엄마’는 아플 권리도 없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습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말은 몸이 아픈 것뿐 아니라 마음도 포함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법적권리야 부권에 치우쳐 있지만 실질적으로 아이의 양육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엄마로서는 때로는 몸의 건강에 앞서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의 마음 또한 건강하게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땅의 엄마들에 대한 정신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 엄마가 되어서 첫 번째로 갖게 된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부모 가정의 한 부모 엄마입니다. 역시 한부모 엄마였던 최진실씨의 죽음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저는 엄마가 된 후 두 번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부모는 아플 권리는 물론이고 죽을 권리도 없다는 깨달음입니다. 배우자 없이 아이를 양육하며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한 부모는 유고시에 정서적으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경제적으로 아이의 미래를 돌보아줄 수 있는 대상이 없는 한 결코 죽지 말아야 합니다. 암에 걸려도 안되고 교통사고를 당해도 안 되고 마음의 병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더더욱 안됩니다.

최진실씨가 죽기 전에는 이토록 중요한 절대 절명의 과제를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이 땅의 많은 한부모 가장이 위태로운 외줄타기에서 떨어져 남아있는 아이들의 행복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이토록 깊이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한부모 가장은 짐작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해 아이들의 피난처를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만삭의 몸으로 자신의 배우자로부터 인격적, 육체적인 모욕을 겪고 수많은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할퀴어지며 피가 말라가던 그녀가 결국 죽었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추운 겨울 난간도 없는 옥상에서 실족사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녀는 지금 생각지 못한 대한민국의 법 앞에서 발길이 얼어붙어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짓밟았던 배우자가 자신이 쌓은 재산을 관리하고, 아이들을 만나주지도 않던 아버지가 자동적으로 친권자가 되고, 국민배우 최진실을 키워내고 손주들을 손수 돌보았던 어머니가 딸의 재산은 물론 손주들의 앞날에 대하여 단 1퍼센트의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이 땅의 하늘에서 그녀는 죽어서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최진실법’이란 악플 관련 법제가 아니라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진실로 행복해지는 법 개정에 붙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의 모든 나쁜 남편과 나쁜 아내로부터 아이들을, 모든 나쁜 사위와 나쁜 며느리로부터 손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진실한 행복법이 필요합니다. 이는 남녀를 떠난 우리 아이들의 행복보호법이고, 알 수 없는 미래에 어쩔 수 없이 한부모 가정을 택할 수도 있는 모든 가정의 행복안전법입니다.

부디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부모와 아이들 모두가 진실로 행복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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