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원 "'여인천하' 이미지, 참 오래 가더라"(인터뷰)

김겨울 기자  |  2008.11.11 16:21
도지원 ⓒ송희진 기자@


#만남

하늘하늘한 몸매, 긴 웨이브를 늘어뜨린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우아하면서도 어딘지 조심스러워 하는 미소와 몸가짐. 그녀는 기자와 부장에게 격식 있게 인사를 하고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나는 그녀에게 촬영에 앞서 스튜디오 안 분장실을 안내했지만 그녀는 "다 준비하고 왔으니까 사진 바로 찍을게요"라며 당당히 조명 앞에 나섰다.

그녀는 스튜디오 안 분장실을 이용하지 않았다. 보통 인터뷰를 온 연예인이라면 으레 스튜디오 안에 붙어있는 다용도실에서 화장과 옷매무새를 고치고 가끔은 표정 연습을 지어보기도 하는데. 특히 여자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그럴 텐데 그녀는 하지 않았다. 허를 찔렀다.

기자는 잠깐 그녀가 사진 찍는 걸 지켜봤다. 당당했던 그녀는 어쩐지 플래시가 익숙하지 않았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신중을 기하는 그녀.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했다는 그녀가 낮선 사진 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걸 불편해했다. 그녀는 타 여배우들처럼 "나 어때? 죽이지"라며 가식적인 흰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 작업이 끝나고 인터뷰 장소로 이동했다.

#인사

인터뷰를 하는 기자는 그녀가 살면서 백 번도 넘게 들었을 법한 공식과도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새로 시작하는 작품은 어떤 건지", "맡은 역할은 어떤 건지", "상대 배우와 호흡은 맞는지" 등등의 질문들. 매번 물어보는 질문이지만 오늘은 어쩐지 심심했다. 그녀의 옛날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어렸을 때 어땠어요?"(기자) 작품과 관련 없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이 또한 연예인이라면 많이 받는 질문이긴 하다.

"국립 발레단 소속이었어요. 청소년기에는 오로지 발레에만 빠져있었어요. 친구들이 놀자고 할 때도 오로지 발레 생각뿐이었죠. 하루라도 쉬면 불안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몰래 연습실로 향했어요. 그렇게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서 정신없이 연습을 하는데 수위 아저씨가 아무도 없는지 알고 문을 걸어버린 거 있죠.(웃음)"

그녀는 당시를 생각만 해도 즐거워했다. 어릴 적 어떤 대가없이 순수하게 몰두했던 발레에 대한 추억이 그저 좋다며.

#벽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는 가끔 꽉 다문 입을 보이곤 하는데 그때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기자도 따라 해본다. "원래 말을 조용 조용히 하는 편인가 봐요?"(기자)

"제가 원래 성격이 이래요. '여인천하' 때문에 강한 이미지로 아시는데 실은 거리가 멀어요." 그녀가 이제야 풀어진 듯했다. 그건 목소리로 파악된다.

"89년 화장품 모델로 연예계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에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상 때문에 발레를 하기 힘들었지만 연예계 일이 어려우면 다시 발레를 할 수도 있었거든요." 과거 이야기로 한참 수다를 떨었다.

문득 연애, 결혼 이야기가 궁금했다. "당시 인기 많았죠. 남자들한테.."(기자) 하지만 그녀는 눈치 챘다는 듯 머뭇거린다. 그녀는 곤란한 질문을 할 때면 으레 겁을 먹고 답하기를 주저했다. 꼭 껍질에 꼭꼭 쌓여있는 달팽이 같다. 옆에 있던 홍보 담당자의 간섭이 들어온다. "기자님, 다른 거 '종합병원2' 이야기 더하죠~".

도지원 ⓒ송희진 기자@


#절충

"그럼 대화를 좀 해보죠."(기자)

기자는 홍보담당자에게 살짝 언짢아 소리 톤을 낮췄다. 눈치 챘는지 그녀가 말했다. "기자님은 왜 결혼 안하세요? 이유 없잖아요. 저도 이유 없어요. 자꾸 연애, 결혼. 이런 거 물어보면 어려워요." 애교스럽게 받아치는 그녀의 영리함에 방금 전 뿔난 건 잊기로 한다.

"알았어요. 본인 이야기 해보죠. 화면에서는 워낙 무섭잖아요. 캐릭터가..?"(기자) "네. 저도 알아요. 제가 맡은 역이 대부분 카리스마 있는 그러한 역이 많았잖아요. '여인천하'라는 작품이 제게 배우로서 의미 부여를 해주기도 했지만 이미지가 참 고정되더라고요. 사실 저는 드라마 끝나면 역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이거든요. 근데 감독님들은 안 그런지 매번 닮은 역만 들어오더라고요."

"'종합병원 2'도 응급의학과 카리스마 여자로 나오잖아요. 이미지가 중복되는 느낌인데요?"(기자) "그렇죠. 이 작품 하면서 알았지만 여자가 그 자리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여장부지만 자신이 짝사랑하는 상대에 대해서만은 수줍은. 그런 여자 매력적이지 않나요. 경빈과는 많이 달라요. 이번 혜수 역은 좀 털털하면서도 속은 여린 엘리트죠."

#인연

"작품은 왜 선택했어요?"(기자) "노도철 감독님을 믿었어요. 노 감독님하고는 2부작 특집극 '우리들의 해피엔딩'을 함께 했는데 그때 본인이 추구한 것을 이뤄내는 연출 고집을 보고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니까 예를 들면 네모를 찍어야 하는데 그게 안 나오면 보통 동그라미, 세모로 타협 볼 때가 있거든요. 연출자들이요. 근데 노 감독님은 정 안되면 오각이라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에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이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종합병원2'에서 노도철 감독 외에 또 다른 인연이 있다. 김정은. "'여인천하' 때 만나고 이번에 다시 만나요. 능금 역을 맡았고 저는 경빈 역을 맡아서 별로 만날 일은 없었지만 또 보니 반갑더라고요."

#마침표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끝나갈 무렵. 옆에 있던 홍보 담당자가 다음 일정이 있다며 분주한 걸음을 재촉하는 통에 그녀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기억나는 건 그녀의 두 손. 그녀는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꼭 쥐며 "담에 또 봐요"라 말했다. 온기가 전해졌다.

마침표를 찍으려는 내게 그녀의 '손 인사'는 물음표를 찍게 했다.

[번외 인터뷰] 지인이 보는 스타
'종합병원 2' 노도철 PD가 본 도지원은..

"보기보다 여린 구석이 있어요. 남들은 "뭬야?"하며 호통 치는 '여인천하' 때문에 독하고 날카롭게 보는데 이미지와 달리 철이 없을 정도로 여려요. 생긴 건 새침데기 같지만 푼수 끼도 있고 귀엽죠. 현장에서 일부러 응급의학과 전문의 느낌을 주기 위해 정신없게 하려고 괴롭히는 데 꾹 참는 성실함도 갖췄죠."

"입봉작(데뷔작)이었던 '우리들의 해피엔딩'을 같이 했는데 느낌이 좋아서 이번에 제가 제안했어요. 저번에 고시원 참사 장면을 찍었는데 응급실에 환자들이 후송되고 급박한 상황이었죠. 현장감 있는 장면을 위해 사이렌을 일부러 다 켜고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도지원씨가 어려워하면서도 온 몸에 피를 떡칠하고 진두지휘하는 장면을 잘 소화했죠."

도지원 ⓒ송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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