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게이 역, 부담보단 욕심이 더 컸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11.13 11:24

어느새 모델이 한국 남자배우의 산실이 됐다. 차승원을 시작으로 강동원 조한선 등 모델 출신 배우들이 스크린을 장악한 데 이어 주지훈 등이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 완벽한 외모 조건을 가진 그들이 방송과 스크린을 주름잡고 있다. 연기력 논란이 따르기 마련인 가수 출신 배우와는 달리 모델 출신 배우들은 연기력과 스타성을 양 손에 거머쥐고 인기를 끌고 있다.

김재욱 역시 모델 출신 배우다.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했을 때 연기의 쓴 맛을 봤던 그는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단번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13일 개봉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감독 민규동)에는 관심이 있는 남자를 모두 유혹할 수 있는 '마성의 게이' 역을 맡았다.

"운이 좋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김재욱을 만났다. 그는 부드럽고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남자, 김재욱을 소개한다.

-모델 활동을 했는데 연기에 대한 꿈이 계속 있었나.

▶스무살 시절 '네 멋대로 해라'에 밴드 일원으로 출연했었다. 실제로 대학교 때 밴드를 했는데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고 해서 하게 됐다. 드라마가 끝난 뒤 두 번 다시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몰라서 창피하고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연기가. 그러다 대학 졸업할 즈음 연기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운 좋게도 '달자의 봄'과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하게 됐다.

-운명적이라고 느낄 만한 계기는 없었나.

▶아직까지는 운명이라고 할 만한 업적이 없으니깐.(웃음) 난 아직 배우는 아닌 것 같다.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일 뿐.

-남들은 오랜 기간 단역만 맡기도 하는데 사람들에 알려지는 게 상대적으로 빨랐다.

▶운이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 '앤티크'도 '커피프린스 1호점'이 끝날 즈음에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선우'라는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끌렸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앤티크'에서 이미지가 겹칠까 걱정해 본 적은 없나.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복장을 입고 주방에 있는 것만 같다. 아, 사장이 까칠하다는 것도 같구나.(웃음) '앤티크'를 보게 된다면 5분 안에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의 나를 잊을 것이다.

-'앤티크'에서 잘 한 것 같나.

▶잘했다, 못했다, 이런 것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첫 영화니깐 나중에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잊혀질 때 쯤 비로소 실감이 날 것 같다.

-주지훈은 김재욱을 '부드러운 남자'라고 하던데.

▶그 분의 기분 따라 설명이 바뀐다.(웃음) 어떤 때는 마초라고 하더라. 남들도 그렇겠지만 여러 사람이 보는 나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신은 게이인가.

▶ 아니다. 한 번 유혹 받은 적은 있다.(웃음) 이번 역을 준비하기 위해 게이 바에 갔다가 날 보고 윙크하는 사람은 있더라.

-게이 역을 맡는 데 부담은 없었나.

▶부담보다는 욕심이 더 컸다. 사람들의 거부? 솔직히 각오했다. 하지만 '마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캐릭터가 아닌가. 누구에게나 매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소리니깐. 춤추거나 남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보다 사람들이 나를 섹시하게 느끼게 해서 두근거리게 만드는 게 훨씬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게이 역은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꿈을 꾸던 시절 '브로크백 마운틴'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해보는 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주목을 받지 않았더라도 계속 연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하지 않았을까. 사람 일이란 모르니깐. 지금 이 자리에서 연기를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말을 한다고 해도 또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이잖나. 난 오늘을 살자는 주의다. 다만 예전보다 연기에 대한 목적도, 열정도, 노력도 다른 것은 분명하다.

-첫 영화인데 어떤 점이 힘들었나.

▶게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기보다 가게 안에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녹아 있는 게 제일 힘들었다. 남자와의 키스신은 해보지 않은 일이라 힘들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여자와 키스를 해보지 않았겠나. 하지만 테이크가 여러 번 가다보니 나중에는 익숙해지더라.

-영화에서처럼 좌절을 겪고 그것을 계기로 달라진 경험이 있나.

▶모델을 할 때 뿌리가 없다고 소리를 들었다. 아카데미나 특정 회사에서 정식으로 일을 배워서 시작한 게 아니었으니깐. 그래서 워킹을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큰 무대에 워킹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선배와 함께 선 적이 있다. 너무 못해서 끝나고 도망가려는데 모델 장윤주 선배를 만났다. "워킹을 잘 봤다"면서 웃으시더라. 그 한 마디에 죽어라 워킹연습을 했다. 다시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앤티크'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한 것인가.

▶아침에는 유아인과 파티쉐 일을 배웠고, 점심에는 주지훈과 불어 수업을, 저녁에는 춤 연습을 했다. 잘했다기보다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커피프린스 1호점'이 끝나고 '앤티크'를 할 때 정말 연기를 모르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의 나라'에서도 '앤티크'를 할 때 정말 모르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생각이, 자세가 점점 바뀌는 것 같다.

-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 연기를 한다는 데 스스로에 부끄럽지 않나.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두 번째인 것 같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앤티크'를 하면서 처음 그런 성취감을 느낀 것 같다. 춤추는 장면은 사람들에게 내가 마성의 게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하는 장면이기에 미친 듯이 했다. 끝나고 다리가 풀려서 쓰러졌다. 힘들었지만 가진 것을 다 쏟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 넷이 연기를 함께 했는데.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낯을 많이 가려서 사람을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이다.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는 같은 작품을 하면 다 내 사람이 됐다.

-연기를 하면서 부끄러웠던 적은.

▶카메라 앞에서 어색했던 게 가장 부끄럽다. 이제는 그렇지 않지만.

-배우로서 목표는.

▶무엇을 꼭 이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현재에 충실하니깐 그 작품에서 잘하자는 편이다. 다만 김재욱이 어떤 역을 한다면 사람들이 궁금해 하도록 만들고 싶다. 호기심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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