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KBS '시사360', 미네르바 채점 잘못"

도병욱 기자  |  2008.11.19 09:34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사진)는 19일 '미네르바 신드롬'에 대해 "문제의 핵심은 국가가 개인에게 침묵을 강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날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시사360, 미네르바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옳은 얘기를 할 권리만이 아니라, 틀린 얘기를 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네르바'는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활동 중인 한 네티즌의 필명. 9월초 리먼 브라더스 부실사태를 예측하고, 지난달 환율급등을 예견하면서 인기 논객으로 부상했다. 점차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지자 '미네르바 신드롬'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진 교수는 "미네르바는 논객으로서 자기주장을 펼칠 헌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그의 글이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어, 그를 처벌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내년에 경제에 파국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발언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 효과만으로 주가가 3000까지 오른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지금 들으면 가소롭기 짝이 없는 헛소리로 판명됐다"며 미네르바의 발언을 문제 삼아 처벌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

17일 첫방송에서 미네르바를 다룬 KBS 2TV '생방송 시사360'에 대해서는 "미네르바 현상을 막아야 할 사태, 한국 경제를 발전을 위해 궁극적으로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전제해 버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네르바 신드롬의 본질인 '발언의 자유'를 제쳐두고 미네르바의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 채점하는 식의 방송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미네르바의 발언이) 우리나라 금융시장 불안을 더욱 조장시켜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미네르바의 글을 신뢰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에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진 교수는 "경제에 관해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모두 장밋빛 전망으로 채워져야 하는지 혹은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은 경제 예측 글을 올려서 안 되는지, 심지어 이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도 있는데 미네르바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지"라며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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