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화제작은 단연 '색,계'다.
량차오웨이(양조위)와 탕웨이의 사실적인 베드신으로 성기 노출, 실제 정사 논란까지 일었다. 그러나 '얼마나 야한가'만이 화제가 된 것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중국의 어수선한 시대적 상황과 남녀사이의 미묘한 심리가 탁월하게 어우러졌다.
영화 '와호장룡(2000)''브로크백 마운틴(2005)'등으로 유명한 리안 감독의 연출작. 제64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 국내개봉후에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뒷심'을 발휘, 지난 가을 3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이후 한국영화는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색,계'를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이 영화로 높아진 국내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격조높은 정사신 구현해야한다는 강박으로 보인다.
13일 개봉한 영화 '미인도'는 '색,계'와 계속 비견돼 '색,계'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실제 영화사 관계자는 여장남자 신윤복 역을 맡은 김민선의 노출연기가 "영화 '색계'의 여주인공 탕웨이보다 한 수 나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센세이션조선멜로' '파국으로 치닫는 색(色)의 소용돌이' 등의 원색적인 카피를 사용하고. 김민선의 등이 훤히 드러나는 포스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윤수 감독은 조선시대 실존화가 신윤복 통해 한국 풍속화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자유롭고 과감한 사랑을 그려 품위 있는 에로티시즘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누적관객 50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중인 이 영화에 대해 "'색,계'를 뛰어넘기엔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야한 베드신을 보고 눈물 흘린 것은 처음""예쁘고 아린 정사신"이라는 극찬도 있었지만 "의미없는 섹스신의 나열""스토리는 없고 섹스신에 집착한 3류 영화"라고 꼬집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10월 23일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제 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인, 박현욱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1부 1처제라는 기존 사회제도에 대해 발칙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형식의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손예진의 파격적인 노출과 농도 짙은 베드신도 가미됐다. 영화사 측은 추첨을 통해 극중 손예진이 입었던 발칙 속옷 세트와 섹시 우비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손예진의 노출 덕분인지 개봉 후 2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했고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로테스크한 베드신을 예고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영화 '박쥐'는 최근 촬영을 마치고 내년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감독 대열에 오른 박 감독의 이름만으로 작품성은 보장된 셈. 이미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부녀로 등장하는 최민식과 강혜정의 격정적 베드신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때문에 '박쥐'에서의 표현 수위도 관심사.
상당한 노출이 요구돼 유명 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했다고 알려졌다. 신예급인 김옥빈이 여배우로서의 도전을 감행했다. 존경 받던 신부(송강호 분)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뱀파이어가 된 후 친구(신하균 분)의 아내(김옥빈 분)와 사랑에 빠져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토리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2004)''비열한 거리(2006)'의 유하 감독도 오는 12월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쌍화점'으로 충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인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송지효가 출연해 조인성과 전라로 강도높은 정사신을 펼쳤다는 소문이다.
공민왕과 그를 호위하던 미소년 친위부대 '자제위'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수위 높은 베드신을 역사적 사실 속에 잘 녹여 품격을 높인다는 의도다. 여기에 조인성과 주진모의 동성애 코드가 가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영화 모두 극비리에 정사신 촬영을 마쳐, 그 수위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연희 서울대 미학과 강사는 이같은 영화계의 '색,계'따라잡기 현상에 대해 "영화 '색,계'의 경우는 정사신이 길고 노골적이긴 했지만 단순히 성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성을 상품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영화는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지만, 타당성을 갖고 있을 때 노골적인 베드신이나 정사신이 예술로 승화돼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에로티시즘만 부각시켜 관객들의 임계치가 높아지면 점차 자극의 강도가 세지게 되고, 결국 염증을 느껴서 거부감을 갖는 관객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영화는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선정적인 영상을 걸러낼 수 있는 관객의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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