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혼자서 주목을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지난해 1년여의 대장정을 마친 SBS '연개소문'에서 수양제 역할을 맡았던 김갑수(51)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극본을 맡은 이환경 작가는 주연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갑수를 '숨겨진 카드'라며 극찬했다. 그의 연기가 각광받자 비중까지 커졌다. 이 역할로 S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까지 거머쥐었다.
최근 종영한 SBS '타짜'에서도 아귀 역의 김갑수는 주인공보다 더 주목받았다. 비록 드라마는 좋은 시청률을 내진 못했지만, 냉혹하고 악마적 본성을 지닌 도박사 아귀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드라마 마지막 회는 아귀가 주인공 같다. 눈물 고인 눈으로 바닥에 쓰러져 원통한 듯 죽어가는 아귀를 보고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는 시청소감이 이어졌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KBS2TV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겉은 무뚝뚝하지만 사랑에 약한 드라마 국장 김민철을 연기하고 있다.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로 베테랑 여배우 윤영(배종옥 분)과의 중년멜로를 멋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중저음의 깊이 있는 목소리와 눈가의 움푹 파인 주름이 인상적인 그는 진지함이 묻어나는 연기로 드라마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동시간대 겹치기 출연 논란까지 빚었지만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탐이 난다. '명품조연'들이 든든하게 뒷받침해주었기에, 올해 TV드라마가 빛날 수 있었다.
뻔뻔한 코믹연기가 트레이드 마크인 안석환(49)은 올해 4편의 드라마와 2편의 단막극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나도 주연하고 싶지. 배우라면 당연히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하면서도 "조연이지만 깍두기 같은 느낌은 싫어"라고 말하는 안석환은 톡톡히 자신의 몫을 해냈다. 온화한 모습과 냉철하고 야비한 모습, 양면의 얼굴로 180도 변신에 능한 그는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력을 펼쳐보였다.
현재 SBS '바람의 화원'에서는 화원 명문가를 일으키기 위해 여자인 신윤복(문근영 분)을 남자로 둔갑시켜 수양아들로 삼는 신한평 역을 맡았다. 윤복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는 척 하지만, 결국 가문의 명예를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12월 말 방송예정인 KBS 2TV '꽃보다 남자'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이준익 영화감독이 '홍명보'와 같은 존재라고 칭찬한 정진영(44)도 KBS2TV '바람의 나라'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2005)'에서 선보였던 폭군의 이미지를 벗고 고구려의 도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유리왕을 연기한다.
14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지만, 스크린에서 인정받은 연기력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권력 경쟁 속에 아들을 버릴 수밖에 없어 죄의식에 번민하는 등 섬세한 감정묘사를 보여주며 폭넓은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MBC '종합병원2'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호랑이 레지던트로 출연하는 류승수(37)는 앞의 세 배우에 비해선 관록이 부족하지만 주목할 만한 연기파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태구의 짝패 만길 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은 '불쌍한 놈'이라며 "편집이 좀 덜 됐더라면 영화 제목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불쌍한 놈: 놈놈놈놈'이 될 수도 있었다"고 익살을 떨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계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감초'로 여겨지고 있다.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카메오 요청이 줄잇고 있다. 영화 '마이 뉴 파트너',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행복', '미녀는 괴로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너는 내 운명', '외출', '품행제로', '서프라이즈' 등 인기작에 우정출연과 특별출연의 형식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다.
드라마로 옮겨온 그는 14년 전 원조 '종합병원'의 독사 오욱철의 뒤를 이어 '류승수표' 악랄함을 만들고 있다. 그가 맡은 조용한 역은 레지던트 4년차 치프 레지던트로 후배 레지던트들에게는 가차없이 군기를 잡고, 스태프 교수들 앞에서는 충성을 다하는 야누스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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