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누구누구라고 불리는 건 신인에게 영광이자 상처다. 빠른 시간 안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반면 끊임없는 비교 속에 원조를 넘어서기가 그만큼 힘들기 마련이다. 제2의 누구라고 불리던 이들 중 원조를 뛰어넘는 배우가 극히 드믄 것은 그 때문이다.
박보영은 원치 않게 '제2의 문근영'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외모가 닮은 것도 아니고, 배역이 비슷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수식어를 얻은 것은 영화를 알리기 위한 몇몇 이들의 홍보 전략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연예인 중 처음으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를 안은 문근영에 비견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녀의 미니 홈페이지와 기사 뒤에는 이 신인에게 과도할 만큼 악플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하지만 박보영은 개의치 않는다. 박보영은 "아직 '죽으라'는 악플은 없더라구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2007년 SBS 드라마 '왕과 나'에 아역으로 등장, 그 해 SBS 신인상을 거머쥔 박보영은 올 해 영화계가 발견한 보석 같은 신인 중 하나이다. 영화 '울학교 이티'와 '초감각 커플' 그리고 '과속 스캔들'까지 세 편이 올해 관객과 만났다.
특히 수차례 오디션 끝에 통과한 '과속 스캔들'은 비중이 전작들에 비해 워낙 크기에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다. 박보영은 '과속 스캔들'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를 낳아 홀로 기르다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을 낳은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인을 연기했다. 발칙하고 당돌한, 식당에서 먹고 자며 아이를 기르면서도 꿈을 잊지 않는.
박보영은 '과속 스캔들'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훌륭히 살려냈다. 영화와 자신의 존재를. 박보영은 "비중이 많이 커져서 부담도 컸지만 해야만 했으니 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미혼모 역을 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 결과 미혼모에 우호적이게 됐다고 말한다. 쉽게 내뱉은 말조차 고심 끝에 나왔다는 게 느껴질 만큼 단어 하나하나를 고른다.
'울학교 이티'의 김수로나 '과속 스캔들'의 차태현이 박보영을 아낀 것도 그녀의 현재 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고민에 빠지고 열심인 후배를 보면 누구보다 기대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의 반응이 한창 궁금할 신인이 악플에 대범하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일에 정신이 없다는 뜻이다. 박보영은 "매순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에 빠지다보니 다른 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비판과 비난은 다르잖아요'라고 덧붙이면서.
박보영은 배우로서 수애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닮아질 수도 없고 닮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배우란 서로 다른 존재여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떤 게 되고 싶다기보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만족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최선을 다한 순간들을 기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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