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일, 언제나 빼곡한 설명이 가득했던 그의 대본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08.12.09 11:17
방송인 신영일 ⓒ임성균 기자

‘학교 다닐 때, 옆집 누구는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의자에 앉아서 공부만 하다 엉덩이에 종기가 났네’ ‘누구는 한 여자만 죽자 살자 10년을 쫓아다녀서 이번에 결혼을 하네’ ‘누구는 세 달 동안 뻥튀기랑 물만 먹어서 15Kg을 뺐네’

이런 이야기들 살면서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것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그렇담 이들의 공통점은? 그렇다. 모두들 열심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웬 노력 타령이냐? 이유는 ‘노력’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방송가에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바로 얼마전 아나운서에서 프리선언을 한 신영일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노력파 신영일’ 이야기도 대단하니 기대하시라!

그가 예전에 KBS ‘퀴즈 대한민국’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일이다. ‘퀴즈 대한민국’은 남녀노소, 학벌, 직업에 관계없이 퀴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참여하면서 7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변함없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많겠지만, 그 중 하나는 초대 MC였던 신영일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그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겠지만, 퀴즈는 특히 신경 쓸 일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큰돈이 걸려있는 만큼 퀴즈가 잘못 나갔을 경우 바로 큰 문제가 생기며 방송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제작진이나 MC나 긴장해야할 일이 많다. 그러니 매주 대본 회의가 길어지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그는 이 프로그램이 생긴 처음부터 프리로 선언하기 직전, ‘퀴즈 대한민국’을 그만두는 바로 그 순간까지 매주 대본 회의에 참여했다고 한다.

라운드마다 퀴즈 진행방식이 다르고 출연자들도 많은 프로그램이다 보니 그 출연자들마다 몇 라운드에서 퀴즈를 맞힐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고, 점수차가 많이 벌어질 수도 있고 적게 벌어질 수도 있고...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MC가 정확하게 숙지해야할 일이 많단다. 때문에 매주 회의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회의가 3~4시간 걸리건 7~8시간 걸리건 그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말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MC들은 집에서 이메일로 대본을 받고 쭉~ 한 번 훑어보고 진행하는 걸 그들도, 제작진도 모두들 당연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신영일이 매주 그렇게 대본 회의를 같이 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일 수밖에.

그럼, 이렇게 회의를 끝내는 것으로 그의 노력은 다한 건가? 오~ 물론 아니다. 혹시 기억하시는가? 그가 퀴즈 진행하면서 문제마다 술술술~ 부드럽게 부연 설명을 했던 모습을 말이다. 여기에도 숨겨진 이유가 있단다. 그는 대본 회의가 끝나고 집에 가면, 다리 쭉~ 뻗고 자는 게 아니라, 퀴즈의 각 문제마다 대본에 없는 다른 상식들을 일일이 다 찾아내서 자신이 부가적으로 설명할 해설을 적는 작업을 한단다. 문제도 많다보니 그걸 다 끝내면 거의 새벽3시가 훌쩍 넘는다고. 때문에 그의 대본은 늘 빼곡한 설명들로 가득했단다.

자, 이쯤에서 박수 한 번 쳐야 될 것 같다. 거의 모든 MC들은 부가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도 제작진에게 부탁해서 받고, 방송에선 자신이 원래 알고 있는 것처럼 하는 게 보편타당한 법칙이 됐는데도 그는 모든 작업을 자신 스스로 한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이 말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렇게 노력하고서도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녹화 당일 퀴즈를 풀 일반인 출연자들을 만나면 대기실에서 ‘당신에겐 이런 질문을 할 거다,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당신에겐 이런 농담을 던질텐데 기분이 상하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미리 배려를 하고 나서 녹화에 들어간다고. 그러다보니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출연자들과 MC간의 유대감이 생기니 녹화가 당연히 매끄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이 또한 얼마나 대단한 건지 비교 포인트 하나 살짝 소개하자면,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MC의 경우(현재 있는 프로그램인지 과거 프로그램인지까지는 공개하지 않겠다), 자신은 일반인 출연자들과 말 섞는 거 귀찮으니,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제작진한테 미리 얘기한다고. 자자, 이쯤에서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하겠다.

얼마 전에도 노력파, 신영일의 모습을 잠깐이지만 볼 수 있었다. MBC의 ‘명랑 히어로’에 잠깐 출연했을 때, 그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쭉쭉 풀어놓으며 웃음을 연타로 칠 때마다 ‘미리 준비해온 이야기들이 뻥뻥 터진다’는 자막이 계속 나왔었다. 그 뒷이야기까지는 듣지 못했지만, 자막으로 짐작컨대 역시나 많이 준비하고 노력한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는 노력이 몸에 베어있는 사람인가 보다. 최근엔 아나운서에서 프리 선언을 한 이후로 그의 모습이 좀 뜸했지만, 조만간 ‘노력파’ 신영일의 ‘노력’이 빚어낸 멋진 프로그램을 기대해본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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