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의 과속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개봉 수주 전까지 인지도가 낮았던 '과속스캔들'이 입소문의 힘을 받아 사고를 치고 말았다.
4일 개봉한 '과속스캔들'은 7일까지 70만명을 동원한 데 이어 11일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과속스캔들'의 이 같은 흥행질주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트와일라잇' 등 할리우드 영화들과의 맞대결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속스캔들'은 2주차 주말의 시작인 12일 12만명을 동원, 9만 여명을 동원한 '트와일라잇'과 8만여명을 동원한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쳤다. 13일에도 27여만명을 동원, 14일에는 손익분기점인 1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과속스캔들'의 이 같은 흥행 과속질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형철이라는 신인감독에 차태현을 제외하면 스타급 배우가 나오지도 않았으며, 마케팅도 대대적으로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과속스캔들'의 이 같은 흥행질주는 무엇 때문인지 짚어봤다.
#'무한도전'을 닮았다..설정은 오버, 코미디는 리얼
'과속스캔들'은 중학교 3학년 때 가진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낳은 손자를 데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설정의 코미디영화다. 차태현이 반짝스타였다가 이제는 안정을 찾은 30대 중반의 연예인으로 등장한다.
'과속스캔들'은 원제가 '과속삼대'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속도위반과 날벼락으로 정리되는 상황 코미디이다. 당초 기획은 딸이 아닌 아들이 나타난다는 설정이었지만 원활한 코미디 전개를 위해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18번이 넘는 수정을 거쳐 현재의 시나리오가 탄생했다. '과속스캔들'의 참신함은 무엇보다 코미디 전개의 리얼함에 있다. 비록 설정은 과할지 몰라도 이야기 전개는 현실에 바탕을 뒀다. 배우들의 오버 연기를 자제하고 억지춘향을 배제했다.
이런 방식의 코미디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최근 방송계를 주름잡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조폭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 등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 영화에서 리얼한 상황 코미디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과속스캔들'을 제작한 토일렛픽쳐스의 안병기 대표는 "관객이 받아들이는 코미디의 형식이 이미 리얼로 바뀌었다고 봤다"면서 "조폭코미디의 오버와 로맨틱코미디의 뻔한 공식과는 다른 점을 관객이 호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보영 왕석현 등 참신한 신인의 발견
'과속스캔들'의 일등 공신 중 하나는 신인들에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이유로 투자사 앞에서 발길을 돌리곤 했던 강형철 감독은 이 영화로 나홍진, 이경미, 장훈 등 올해 발굴된 재능 있는 신인 감독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게 됐다.
또한 박보영과 아역 왕석현은 이 영화에 감칠맛을 확실히 더했다.
올해 '울학교 이티' '초감각 커플'에 이어 '과속스캔들'까지 세 편의 출연작이 개봉한 그녀는 당분간 전성시대를 활짝 열 것으로 예상된다.
아역 왕석현은 '과속스캔들'에 가장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한다. 연기 경험이 없어 감독이 "1"하면 웃고, "2"하면 우는 식으로 연기를 지시했다는 그는 설정이 없는 자연스러움으로 5분마다 한 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타짜' 패러디를 웃음으로 연결한 데는 이 보석 같은 아역의 힘이 크다.
#불황에는 역시 코미디
경기가 어려울 때는 코미디가 통한다는 속설도 '과속스캔들'의 흥행질주에 한가지 이유를 더한다. 우울한 주머니 사정을 잊게 하고 한바탕 웃고 싶어 하는 관객에 '과속스캔들'이 적합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불황이라고 모든 코미디 영화가 통할 리는 없다. '과속스캔들'은 잘 짜여진 코미디의 전개와 아울러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이 관객에 통했다.
조폭 코미디에 매진하던 한국 코미디영화가 드라마에서 접점을 찾으려 시도할 때 '과속스캔들'은 또 다른 모범 답안을 내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안병기 대표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훈훈함까지 더했다는 점이 연말 극장을 찾은 관객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가위' '폰' 등 공포영화를 연출했던 안병기 감독이 코미디 영화를 제작한 것도 이 영화의 참신함에 이유를 더했다. 관객이 원초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부분은 공포와 코미디가 같은 맥락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을 마무리할 즈음, 예기치 않게 등장한 '과속스캔들'은 결국 좋은 영화는 관객이 찾는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한국영화 관계자들에게 시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