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조금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9.01.01 06:30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그리고 이제는 방송인이라는 호칭마저 자연스러워진 전진(28). 올해 그의 활약상은 '전진'이란 이름에 딱 어울렸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출연, 힘겨웠던 어린 시절과 공황 장애를 솔직히 털어놓으며 무거운 아이돌의 짐을 벗은 그는 말 그대로 올 한해를 훨훨 날았다.

아무도 하하의 빈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거라던 MBC '무한도전'에 제 7의 멤버로 당당히 입성했다.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에서는 MC로 자리를 잡았다. MBC 시트콤 '그 분이 오신다'를 통해 다시금 연기에 발을 들였고, 중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며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시청자·네티즌의 지지도 크다. 전스틴, 전프라 진프리, 전진PD 등등 프로그램 속 이미지에 따라 그에게 붙은 수많은 별명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자신의 노래 '와(WA)가 '빠삐놈', '전삐놈'의 UCC로 회자되는 것을 "관심이며 사랑"이라고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졌고 친근해졌다. MBC방송연예대상에서는 '베스트 스타상'을 거머쥐며 존재감을 알렸다.

데뷔 10년, 돌아온 전진의 전성기는 아픔을 이겨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남다르다. 새해의 시작을 맞아 최고의 2008년을 보낸 전진을 만났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그의 얼굴은 활기찼다.

-일단 수상을 축하드린다.

▶솔직히 상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신인상을 유세윤씨가 타서 진심으로 축하했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호명을 받아 얼마나 놀랐는지. 나가면서부터 눈물이 났다. 앞에 나가니 재석이 형이랑 '무한도전' 멤버부터 호동이 형, 현영 누나 모두가 저를 바라보시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마치 아들을 바라보시는 눈빛이었다고 할까? 길게 하면 더 울까봐 수상소감도 다 전하지 못했다.

-못했던 말을 지금 한다면.

▶모든 게 감사하다. 우리 가족과 형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이돌이라고 제가 그냥 평탄하게 살아온 줄 알았던 분들이 저를 친동생처럼 바라봐주시고 아껴주셨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새 해에 대한 기대와 각오가 남다르겠다.

▶2009년엔 뭔가 더 자신감이 있다. 자만심 같은 게 아니다. 지난해 내가 풋내기였다면 내년에는 분명 더 나을 수 있으리라는 그런 자신감. 모든 게 진심이었다. 그 마음으로 많은 걸 배우면서 활동을 했다. 그 다음, 또 그 다음을 꿈꾸게 된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전성기를 맞았다는 게 더 뜻깊다.

▶사기를 당해서 통장 잔고가 0원이었던 때가 있었다. 수년을 일한 걸 한 순간 잃은 것이다. 얼마나 허무했는지. 내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그래도 내가 우리 집의 가장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반성하고 나니 그때부터 마음이 편안했다.

요즘엔 사람들이 나를 알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돌이었다는 이유로 막연히 '저 사람의 70%는 포장이겠구나' 하는 눈길을 받곤 했다. 나는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나는 억울한 게 다 표가 나는 사람이라 그게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진심을 알아주신다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긴다.

-올 한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WA'의 안무는 웃음의 소재도 됐지만 그것 때문에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언젠가 대학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다가와 다가와 다가와' 이 부분이 나오자 만명은 될 모든 관중들이 나와 똑같은 춤을 추는 거다. 몸에 소름이 다 돋아 2∼3초쯤 그만 멈춰서 버렸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분들이 나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든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멋있자고 활동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 전까지 내가 팬들을 위해서 활동했다면 지금은 많은 시청자와 대중, 모든 분들을 위해 열심히 하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유재석 형과 강호동 형이 내게 가르쳐주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대견하기까지 하다. 조금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무한도전'에서 팀의 막내로 활약했다.

▶막내라 더 행복하다. 뭘 하든 용서받을 수 있으니까. 밥도 늘 형이 산다. 나는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는 정도?(웃음) 예전에는 내가 왜 이렇게 복이 없나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난 정말 복 많은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이 든다. 스물 아홉, 서른이 되면 남자가 철이 든다고 하지 않나. 철 드는 나이에 이런 느낌을 갖게 됐다는 게 더 감사하다.

-전진에게 '무한도전'이란?

▶신화를 만난 이후 내가 받은 가장 큰 복이 '무한도전'을 만난 것이다. 모두가 가족이고 멤버다. 1시간 밖에 못자고 촬영을 나가도 힘이 막 난다. 신화 멤버들을 만나는 느낌이다. 하하 형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막 기대가 된다.

-신화 활동은 어떻게?

▶우리 멤버 모두가 30대 중반이 됐을 때 같이 무대에 서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닭살이 다 돋는다. 중후하게, 또 다른 모습으로 선 우리를 보고 싶다. 멤버들끼리도 꼭 그렇게 모이자고 이야기를 한다. 다들 정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를 보면 더 자극이 된단다. 역시 대단한 멤버들이다. 14∼15년 되어서도 유지되는 그런 그룹이 세계적으로 없다고 하지 않나.

-그러고보니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서른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다. 뭐, 만으로는 28살이니까.(웃음) 아주 예전에 권상우 형, 송승헌 형이랑 같이 운동을 하고 그럴 때, '서른 이후가 진실하게 연기하고 느낄 수 있는 나이니 기다려라' 이런 얘기를 했었다. 그 말이 뭔지 조금은 알겠다. 뭔가 더 할 일이 많고 인생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겠지만 일을 하는 데선 더 낫지 않을까. 서른, 인생은 두렵지만 일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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