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태후', 전통성+새로움 두마리 토끼 잡을까

최문정 기자  |  2009.01.03 23:19
KBS 2TV '천추태후'의 한 장면 <사진출처=KBS>

초반부터 흙먼지 휘날리는 광활한 벌판을 내달렸다. 그 위상이 수그러들 새 없이 방송 전 예고됐던 '곰 전투'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화려한 스케일을 뽐냈다. KBS 2TV 대하드라마 '천추태후'가 3일 새해 첫 드라마로 첫 방송되며 2009년 드라마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천추태후'는 방송 초기부터 "진취적인 여성상을 구현하겠다"던 기획의도의 현실화를 위해 매진했다. 천추태후 역을 맡아 등장한 채시라는 극 초반부터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고 궁에서도 왕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는 등 기존 사극 속 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천추태후를 비롯한, 샤일라(이채영 분), 천향비(홍인영 분) 등은 사극의 기본적인 여성 캐릭터 구조처럼 고착화됐던 수동적이고 활동이 미미한 여성상을 깨고 적극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새로운 모습을 그렸다. 기껏해야 남성의 활동을 내조하는 위치나 시기와 질투로 계략을 꾸미는 악역으로서 활동했던 것이 활약상의 대부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변화다.

'천추태후'의 새로운 시도는 캐릭터만이 아니다. "드라마 사상 최초"라던 곰 전투 장면을 비롯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동물의 등장, 이와 더불어 더욱 커진 극의 스케일을 작품성으로 이어가기 위해 전세계에 10대밖에 없는 디지털 고속 카메라를 도입하는 등 "2009년 KBS 드라마의 야심작"이라던 '천추태후'를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하고 대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KBS 2TV '천추태후'에서 방송된 곰 전투의 한 장면 <사진출처=KBS>


특히 '천추태후'는 이전 대하드라마인 '대왕세종'이 전투 장면이 드물고 정적인 전개를 보였던 것에 비해 첫 회부터 역동적인 모습들로 화면을 채웠다. 앞선 대하드라마에서 못 다한 전투신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전투신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천추태후'는 아역의 등장에 앞서 성인 배우들이 등장해 앞으로 이어질 극의 전개를 예고한다. 덕분에 1, 2회가 드라마 초반임에도 규모가 크다"던 '천추태후'의 연출 신창석 PD의 발언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앞서 "시청자의 관심몰이를 위해서도 1,2회에서 많은 것을 보여줄 예정"이라던 '천추태후'의 제작진의 발언과 더불어 너무 새로움만이 강조돼 퓨전스럽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천추태후'는 2009년 시작될 여성 사극의 러시, 그 서두를 열며 '천추태후'는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과 대하드라마라는 명맥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예고했다. 내레이션이라는 KBS 사극의 특징적인 매력을 살리며 사극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등 편성이 한 차례 밀리는 등 난류를 탔던 1년여의 기획·제작 기간 동안의 고심을 작품성으로 채우고자한 노력들을 드러냈다.

첫 회에 대한 아쉬움도 만족도 아직은 평으로 정리하기엔 빠른 시점이다. 'KBS 대하드라마'라는 이름에 따르는 전통성에 대한 믿음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지 판단하기도 아직은 이르다.

한동안의 절치부심 끝에 2009년 '천추'의 한을 풀기 위해 나섰다는 '천추태후', 그 첫 방송이 '대하드라마'라는 이름을 달기에 부끄러운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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