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의 대본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리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대본과 연출로 만들어진 '연기'였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이 더해져 '거짓 방송이 아니냐'는 배신감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는 "바로 코앞에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며 "결국 연출된 상황에다 한정된 시간 내에 촬영하기 위해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대본은 필요하다"며 '패떴'을 두둔했다.
이처럼 방송에서 연출자가 생각하는 '리얼'과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리얼'은 분명 차이가 있다. 리얼리티 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3가지 착각을 짚어봤다.
◆ 리얼리티 쇼는 '몰래카메라'가 아니다
"설마, 저렇게까지. 사진 찍는 걸 몰랐겠지."(일산에 사는 이 모 시청자)
리얼리티 쇼의 촬영장에 가면 깜짝 놀라는 풍경이 있다. 무대만 세트가 아닐 뿐 여러 대의 카메라가 출연진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는 카메라 스태프들과 조명, PD부터 FD까지 수십 명이 출연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마치 영화를 찍는 듯한 이 분위기에서 어느 정도까지 '리얼'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리얼리티 쇼를 몰래카메라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다르다"며 "출연진 입장에서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고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의 차이는 상당이 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는 한 출연자는 "10시간 넘게 카메라가 비추고 있으니까 내가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에 적응되는 것뿐이지 실제로 카메라가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을 다 아는 상황에서 무작정 집에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화면 안에 카메라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리얼리티 쇼를 몰래카메라처럼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박예진이 부은 눈으로 일어나고 강호동이 눌린 얼굴로 등장해도 이들은 다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안다는 사실이다. '몰카'보다는 '다큐'에 가깝다고 봐야지 하지 않을까.
◆ 리얼리티 쇼의 출연진은 롤플레잉 플레이어다
"앤솔 커플이 더 이상 못 만나면 솔비 언니가 너무 슬플 텐데요." (ID:205***)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제작진은 앤디와 솔비 커플('앤솔커플')의 하차를 결정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그간 이 커플에 대한 지지를 해왔던 시청자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았던 것.
이에 대해 '우결'의 한 제작진은 "앤디와 솔비는 리얼리티 쇼라는 이름하에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간의 감정보다 방송을 위해 부부 역을 맡았고 제작진으로부터 받은 미션을 그 역할에 맞게 함께 수행했던 것일 뿐이다. 만약 둘이 진짜 사랑한다면 현실 속에서 결혼하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즉, 앤디와 솔비 부부는 '가짜 부부'라는 점에서 리얼리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리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장보기', '100일 이벤트' 등에서 다른 커플들과 같은 임무를 받았음에도 '앤솔커플'은 '쌍추커플'이나 '알신커플'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패떴'에서 출연진은 패밀리 역을 맡았고 이들은 패밀리처럼 여행한다. 함께 자고 밥 해먹고함께 게임을 즐기며 장난도 잘 친다. 만약 이들이 패밀리라는 설정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효리와 유재석의 동침이 허락될 수 있었을까. '무한도전' 멤버들이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중계 캐스터 역을 맡은 것이나 '추석 특집'에서 며느리 역, '매니저 특집'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은 것 역시 이에 해당된다.
즉 가상 역할을 수행하기에 그것 자체가 모순이면서도 수행방식은 개성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현재의 리얼리티 쇼의 방식이다.
◆ 리얼리티 쇼의 본질은 '쇼'다
"이수근은 일꾼이고 은지원은 초딩, 노홍철은 돌 아이야." (여의도에 사는 박 모 시청자)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1시간 만난다고 사람에 대해 파악이 될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의 이미지를 보고 그대로 믿어버린다. 지난해 노홍철이 브라운관에서 떠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다고 폭행을 저질렀던 한 밤의 괴한 사건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이 사건 후 노홍철은 자신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를 용서하는 선처를 베풀었다.
만약 노홍철이 정말 '돌 아이'였다면 같이 치고 박고 싸우지 않았을까. 한 제작진은 "촬영 시간은 한정됐고 프로그램은 재밌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대본도 기획도 연출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제로 편집시간이 촬영 시간보다 더 길다.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출연진들의 별명이나 성격은 50%는 편집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론 출연진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창조할 순 없다. 적어도 '리얼'이라는 이름하에 좀 더 재밌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편집 작업이 촬영 시간보다 더 길다. 촬영 시간이 10시간이라면 편집 시간은 최소한 10시간 이상 방송을 봐야하지 않겠는가"라며 "감독이 엄연히 존재하는 방송에서 당연히 감독이나 작가의 의도대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 방송을 집에서 출연자들이 모니터하면 또 다시 그런 분위기로 가게 되고 결국 연기 아닌 리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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