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 "기대주? 힘내라고 엉덩이 때리는 소리"(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01.07 09:05
ⓒ송희진 기자 songhj@

긴 가뭄 끝에 내리는 상서로운 비. 서우(瑞雨)의 한자 이름 뜻이다.

그 뜻처럼 서우는 영화계가 불황이라는 긴 가뭄을 겪고 있던 지난 해 가을, 때마침 등장한 재기발랄한 신인이다. '미쓰 홍당무'라는 괴이한 영화에 뚝 떨어지다시피 한 그녀의 등장에 영화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지난 해 서우는 영평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디렉터스컷 등 3개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곳저곳에서 2009년 기대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서우는 사람들의 환호를 어떻게 생각할까?

"기대주는 더 힘내라고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인 것 같아요. 몽둥이 같기도 하고. 기대주라는 술 한 잔 마시고 잊어버리라는 소리 같기도 하고."

제주도에서 사전제작 드라마 '탐나는 도다'를 찍다가 갓 서울에 올라온 그녀는 피곤에 지쳐 입이 살짝 부르튼 상태였다. 입에 발린 신인의 겸손이라고 하기엔 서우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우는 불과 얼마 전까지 연기를 못한다고 돌려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철부지 신예였기 때문이다. 시트콤을 찍던 시절 서우는 누군가에게 "다음 주에 유학가겠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연기를 너무 못해서 다음 주에는 잘리겠다는 소리였다.

나중에야 그 말뜻을 알아듣고서는 펑펑 울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생각에 '아들' 오디션을 보고 데뷔했던 그녀로서는 연기를 못한다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부족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세게 느꼈다고 할까요. 그 말을 못 알아듣고 '저 다음 주에 유학가요'라고 되물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장안의 화제가 됐던 아이스크림 CF로 처음 대중에 선보였을 때도 큰 의지가 없었던 자신이 마냥 창피했다. 서우는 "CF에서 4차원으로 묘사된 저를 보고 사람들이 '왜 밥에 요구르트 안 말아먹니'라고 물으면 화가 나기만 했다. 그게 관심이란 걸 몰랐다"고 말했다.

서우는 딸 셋 중 막내로 자라 아쉬운 것도 부족한 것도 없이 자랐다. 꿈도 목표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연기가 목표며, 꼭 해야 할 일이 된 것은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을 만나고부터였다.

그전까지 서우에게 배우란 우아하고 동경에 가득 찬 일종의 환상이었다.

ⓒ송희진 기자 songhj@


서우는 '미쓰 홍당무'를 촬영하면서 얼굴에 주근깨를 150개가 넘게 직접 새기고 다크써클을 그리고 철저하게 못난이가 됐다. 촬영 내내 여관방과 촬영장만 홀로 오가는 생활에 초반에는 울적하기도 했지만 이내 영화에 동화됐다.

70여 명의 스태프들이 자신을 위해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모습, 그렇게 사랑을 해주는 모습에 연기를 잘해야만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서우는 "그렇게 사랑받으면 열심히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신인상을 연달아 타기 직전 서우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도망칠 생각까지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미쓰 홍당무' 때와는 달리 '탐나는 도다'에서는 주인공이라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몸도 힘들고 외롭기도 했다.

탈출할 생각으로 몰래 빠져나오다 매니저에 들키기도 했다. 바로 그 시기에 시상식이 주어졌다. 자그마치 세 개나. 서우는 "되게 밉기도 했던 연기인데 이제 놓칠 수 없는 부분이 됐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인상이 잘하라고 때리는 몽둥이 같다는 그녀의 소감은 진심이었다.

꿈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던 19살 소녀는 이제 연기를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됐다. 철없던 막내가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깨달았다.

지금보다 5년 후가 더 기대되는 그녀. 서우가 다음 작품을 저예산영화 '파주'로 택한 것은 스스로도 조급하지 않고 먼 미래를 보며 연기를 하겠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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