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4집 '미로틱'이 앨범 발매 103일만에 50만장 판매고를 돌파했다. 2003년 김건모 8집이 52만장이 팔린 이래 5년 만에 생긴 가요계의 쾌거다.
동방신기 앨범 판매를 놓고 일각에서는 음반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착각이며, 숫자가 주는 착시 현상일 뿐이다.
동방신기 4집의 50만장 판매는 역설적으로 안티의 힘이었다.
지난 해 9월26일 발매된 '미로틱'은 한 달 여 동안 30여만장이 판매된 뒤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디지털 음원에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반면 앨범 판매는 다른 앨범과 큰 차이는 없었다. 정체된 음반 판매에 불을 붙인 것은 왕비호였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윤형빈이 "동방신기, 왜 팬들은 80만명인데 음반 판매는 10만장 밖에 안돼"라고 비꼬자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가 분연히 일어났다. 팬들은 사발통문을 이용, 4집 사들이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
안티가 팬들을 집합시킨 셈이다. 왕비호는 '개그콘서트'에서 또 한 번 동방신기를 거론하며 "앨범 판매 나 때문인 거 알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왕비호 뿐 아니라 청소년보호위원회도 4집 판매에 휘발유를 붓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해 11월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위원회는 4집 타이틀곡 '주문-미로틱'이 가사가 선정적인 이유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선정했다.
동방신기측은 4집을 수정 버전을 공개하는 한편 유해판정과 관련해 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동방신기 4집에 관한 관심을 불러 모았으며, 팬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돼 앨범 판매가 늘어나는데 또 하나의 원인이 됐다.
동방신기 4집 50만장 판매는 음반사에 안티가 힘이 되는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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