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가 춤추고 노래하고 개그하는 바야흐로 영화배우 만능 엔터테이너 시대가 개막했다.
영화배우들의 안방극장 도전이 거세다. 단순히 TV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옮기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토크쇼 진행,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다양한 영역을 소화한다.
김수로와 박예진, 이천희가 SBS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다양한 웃음을 생산할 뿐더러 예지원 역시 '골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중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중훈쇼'에 절친한 후배 영화배우들을 차례로 섭외,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등 영화배우들을 브라운관에 불러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과거와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예능 프로그램 나들이를 꺼리던 영화배우들이 스스로 방송계에 투신, 달라진 매체 환경에 적응하려 하고 있다. 케이블에 미녀 영화배우들의 해외 탐방기가 쉬지 않고 등장하는 것 역시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스크린에서도 연기 외적인 능력이 한층 요구되는 시대다. 춤과 노래는 기본이 됐다.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은 가수 뺨치는 노래 솜씨를 선보였다. 뮤지컬로 단련돼 있긴 하지만 조승우 역시 '고고70'에서 노래와 악기 연주 솜씨를 드러냈으며, 김혜수는 '모던보이'에 재즈댄스 솜씨를 과시했다.
연기만 잘하는 배우 시대에서 다방면에 재능 있는 배우 시대로 전환되는 길목에 서 있는 듯한 모양새다.
영화배우들에 만능엔터테이너 기질을 요구하는 것은 달라진 매체 환경과 한국영화소재 다변화 시대와 맞물려있다.
새로움을 찾는 방송가의 수요와 자신의 다른 점을 보다 드러내고 싶어 하는 배우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방송계에는 영화배우가 풍년을 이루고 있다. 예전처럼 방송 출연에 대한 저항감이 사뭇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목받는 것처럼 영화배우들도 예능으로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메릴 스트립이 '맘마미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이제 한국 영화배우들도 연기 외적인 무기를 하나쯤은 갖춰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영화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때문에 가수 역을 찾아도 노래보단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찾았다. 하지만 연기 뿐 아니라 노래도 잘하는 배우가 있다면 당연히 그런 배우를 택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만능 엔터테이너 시대 개막은 가수와 개그맨의 연기자 전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소리가 비웃음의 대상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연기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으며, 아이돌은 아예 데뷔부터 연기자와 가수를 겸하도록 훈련을 쌓는다. 개그맨들의 영화 도전도 한 때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연극계에서 한동안 배우들을 끌어왔던 영화계가 뮤지컬 배우, 모델, 가수 등으로 점차 배우 수급 폭을 넓히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한 조짐이다.
연극계에서 대거 유입된 배우들 덕에 한국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사실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게 한 특징이었다. 반면 연기에 대한 엄숙주의도 함께 유입돼 코미디와 방송 출연에 일정한 저항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달라진 환경은 한국영화의 이런 경향마저 바꾸고 있다. 코미디언이 영화를 만들고 영화배우가 춤추고 노래하는 할리우드 같은 다양성, 가수가 연기와 배우를 겸업하는 일본 같은 매니지먼트의 도래가 한국배우들에게 다양한 재능을 요구하고 있다.
한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현재는 소재 발굴 차원에서 재능 있는 배우를 찾게 되지만 다양한 재능이 있는 배우들이 많아질 경우 이 배우들을 활용하는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파 배우의 수요는 끊임없을 테지만 변화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 역시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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