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바바킴은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을까? 요즘 가수로 인기를 얻었다 싶으면 TV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미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바비킴은 그곳에서 만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로 인기를 누리는 것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의 고유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비킴 특유의 목소리는 바로 그런 점에서 일종의 무기로 군림한다.
바비킴의 목소리에 관한 재미난 일화가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가 쉬는 날 트래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당연히 아르바이트생은 첫눈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물건을 고른 바비킴이 계산대 앞에서 '얼마예요?'하고 그 특유의 목소리를 내뱉는 순간, 반사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의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어, 바비킴?'하며 그를 쳐다 보았다. 전혀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은 기우였다. 목소리는 숨길 수 없는 자신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바비킴의 목소리를 선호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개성적인 소리를 선호하는데는 '낯설지만 자연스럽고' '흔치않지만 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화장품과 숙취해소 광고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바비킴의 노래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가 부른 광고 음악은 비록 2개이지만 유난히 여러 광고 음악을 부른 것처럼 들리는 까닭도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바비킴 특유의 목소리에 기인한다.
1994년 그룹 '닥터레게'의 래퍼로 데뷔한 바비킴이 더 일찍 가수로 데뷔하지 못한데에는 '시대적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바비킴에게 '목소리가 매력있다'고 하면 그는 어김없이 '시대를 잘 만난 탓'이라고 겸손해 한다. 90년 중반 자신의 음반을 발표하려고 여러 기획사에 타진했지만 그런 목소리로는 가수하기 힘들다는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자신이 지금 팬들의 사랑을 받는데에는 노홍철과 찰리같은 연예인이 오락프로그램의 주류로 안착한 것과 같은 '다양성의 시대'가 도래되었기 때문이라고 '소신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몇 해 전 맥주 광고에 출연한 바비킴이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는 장면이 떠오른다. 촬영 현장에는 소품용으로 만들어진 가짜 맥주가 있었지만 그는 진짜 맥주를 마시며 촬영했다. '소비자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가짜 술을 마시면 아무래도 거짓말하는 것 같잖아' 바비킴은 진짜 술을 들이키며 수십 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결국, 시청자들이 본 그 맥주 광고는 바비킴이 39잔째 마시는 촬영 장면을 담아낸 것이다. 그 맥주 촬영을 마치고 바비킴은 스태프들에게 '2차 가자'라는 말로 분위기를 달구기도 했는데 그러면에서 바비킴의 질퍽한 어울림은 사람을 더욱 편하게 한다.
며칠 전 새 음반을 발표한 바비킴이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굵은 눈물을 보였다. 예기치 않는 상황에 필자도 놀랐지만 그를 처음 만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여리고 착한 남자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왜 울었냐'는 내 말에 그는 '남자들은 첫사랑을 떠올리며 눈물 보이겠지만 나에게 아버지는 첫사랑보다 더 독한 추억이 있다'고 답했다.
그가 데뷔 16만에 발표(12일)하는 스페셜음반 속에는 그러한 눈물의 정서로 얼룩진 애틋한 사랑이 숨어있다. 타이틀곡 '사랑.. 그 놈'과 수록곡 'MaMa'는 바비킴 특유의 개성 넘치는 보컬속으로 농밀한 밀어들이 꿈틀거린다. 바비킴 Soul의 진정성은 모두 그의 삶과 일상위에서 길을 걷고 있음을 오롯이 음악으로 말하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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