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마빈, 역사상 가장 무신경한 '귀차니즘' 마초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2009.01.16 10:31

서울 시네마테크가 오는 18일까지 ‘사무엘 풀러 회고전’을 연다. 가장 필름으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은 바로 리 마빈, 마크 해밀 주연 <지옥의 영웅들>(1980. 사진)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역의 마크 해밀이 <스타워즈> 이후 출연한 그나마 ‘영화다운 영화’여서이기도 하지만(그는 정말 <스타워즈>말고는 기억나는 영화가 없다), 역시 무심한 표정의 마초 리 마빈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무신경한 마초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지옥의 영웅들>에서 분대장으로 나오는 리 마빈은 북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시칠리아섬, 벨기에, 독일, 체코에 이르기까지 온 몸으로 전쟁을 겪는데 그 과정의 연기가 기가 막히다. 병사들과 길게 말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딱히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같지도 않다. 전쟁영화의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라 할 수 있다.

리 마빈의 팬이라고 얘기해온 류승완 감독은 평소 배우를 ‘열연파’와 ‘귀차니즘 연기파’로 나눈다고 말한 적 있다.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같은 배우들이 전자라면 뭔가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설렁설렁 연기하는 것 같은 기타노 다케시나 리 마빈은 후자다. 물론 그는 “귀차니즘 연기파들이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자신의 저서 <박찬욱의 오마주>에서 “내게 단 한 명의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리 마빈”이라며 “존 부어맨의 초현실주의 누아르 <포인트 블랭크>(1967)에서 그의 무표정 연기는 빛을 발한다”고 썼다. 한편, 리 마빈은 작년 성인잡지 <맥심>이 선정한 ‘영화 속 가장 위대한 냉혈한’ 앙케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올드보이>의 최민식이 10위). 그만큼 그는 세계 수많은 영화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터프가이다.

1924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남태평양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TV와 연극무대에서 부지런히 배우로 활동하다 프리츠 랑 감독의 <빅 히트>(1953)에 악당 역으로 주목받게 된다. 이후 그는 서부영화와 전쟁영화를 부지런히 오가며 악역, 조역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와일드 원>(1953)에서는 말론 브란도를 괴롭히는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고, 존 포드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에서는 바로 악당 리버티 밸런스를 연기했으며, <4인의 프로페셔널>(1966)에서는 냉철한 리더로 나왔다. 주로 악역으로 인상을 남기던 그는 전쟁영화 <더티 더즌>(1967)에서 본격적으로 서늘하고 냉정한 표정의 대령으로 등장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 시기 그의 대표작은 역시 <지옥의 영웅들>이다. 히틀러 소년단 아이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는 장면, 살인을 못 하겠다는 부하 병사에게 “동물(독일군)은 죽이는 거지(kill) 살해하는(murder)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영화는 전쟁의 무상함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것은 리 마빈의 고단한 표정으로 모두 설명이 된다. 그는 분대장이면서도 왜 전쟁을 계속 해야 하는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기에 앞서 그저 하루하루 죽지 않고 살아남아있길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무심한 표정이야말로 정말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척 노리스와 함께 한 <델타 포스>(1986) 역시 화끈한 액션영화였다. 늘 ‘대장’ 혹은 ‘지휘관’으로 출연했던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백발이 되어 그 헤어스타일 그대로 정말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염색하는 것조차 귀찮아했던 것일까. 하지만 수많은 출연 예정작들을 남겨두고 그는 이듬해 198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더 멋진 대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베스트클릭

  1. 1방탄소년단 진, 마이원픽 K팝 개인부문 11주 연속 1위
  2. 2LG 여신, 새빨간 섹시 비키니 '몸매 이 정도였어?'
  3. 3서유리 "前남편과 더치페이 생활..내가 더 쓰기도"
  4. 4어도어 측 "뉴진스, 민희진 없이 안된다고..방시혁 차별 직접 고백"
  5. 5하이브 측 "민희진 무속 경영, 연습생 탈락 사유도 '귀신 씌였다"
  6. 6'미투 혐의' 오달수 "자숙? 고난 보단 충전의 시간"
  7. 7방탄소년단 지민 참여 '분노의 질주10' OST 발매 1주년 기념 에디션 깜짝 공개
  8. 8하이브 측 "민희진, 측근에 '뉴진스 뒷바라지 힘들다' 말해" 주장
  9. 9송다은, 방탄소년단 지민과 열애설..의미심장 SNS [스타이슈]
  10. 10방탄소년단 뷔, '2024년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1위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