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빼는 인터뷰였다.
전 아나운서 아니, 연기자 오영실은 거침없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녀 자신도 말했듯 오영실은 하고 싶은 얘기는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았다. '아내의 유혹'서 하늘이가 할 말 다하듯 말이다.
20년 아나운서 생활을 접고 꿈을 찾아 '연기'라는 새로운 무대에 첫 발을 디딘 오영실. 그녀는 첫 드라마인 '아내의 유혹'서 10살 지능을 가진 정하늘 역을 맡아 '고모'로서 조카 교빈(변우민 분)과 조카며느리 애리(김서형 분)를 따끔하게(?) 골려주는 등 호연하며 '떴다'.
"친구들이 하늘이가 떴다고 막 문자를 보내요. 이제까지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이렇게 보상 받나 싶어 기쁘네요."
'아내의 유혹'은 연일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인기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첫 드라마가 이렇게 뜨니 오영실, 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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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잘 돼서 출연진들이 돌아가면 한 번씩 쏘고 있어요. 처음에 서희가 쏘고 저도 지난 크리스마스에 감사의 핸드메이드 생강차를 쫙 돌렸어요. 겨울에 제작진과 출연진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거든요. 근데 우민이가 아직 한 번도 회식을 안 하네요. 하하."
◆"아나운서 하던 스튜디오가 '봄날'이었구나란 생각 가끔 해"
드라마는 뜨고 하늘이도 떴지만 오영실은 아직까지는 많은 게 낯설다고 했다.
"제가 20년 아나운서 생활을 하긴 했지만 같은 방송이라도 탤런트 쪽은 또 다르더라고요. MC 쪽에서는 중견이지만 여기서는 아역연기자보다 경력이 짧잖아요. MC때처럼 하다 실수도 많이 하고 그래요. 아나운서 하던 스튜디오가 '봄날'이었구란 생각을 가끔해요."
오영실은 연기 초반에 "분위기 파악 못했다"고 말했다.
"'이 판은 그런 판이 아니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MC할 때는 서로 대본을 고쳐주며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극 초반 금보라 씨가 김동현 씨에게 신용카드를 뺏기고 다 잘리면서 막 흥분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금보라 씨가 좀 더 흥분해도 될 것 같아서 '언니, 더 흥분하셔야 하는 것 아녜요?'하고 했더니 아무 말 없으시더라고요. 회식 때 금보라 씨가 '얘야, 내가 경력이 얼만데 가르치려 하냐'며 '나도 다 고려해서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오영실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던 금보라 씨도 제가 자꾸 그러니 이젠 '천성이 그렇다보니 그런가 보다'한다"며 웃었다. 오영실의 이런 '분위기 파악 안됨'은 금보라만이 아니란다.
"애리 역을 맡은 김서형 씨는 악을 많이 쓰는 연기라 감정 잡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김서형 씨가 NG를 많이 내는 편이에요. 똑같은 장면을 3~4번 NG를 내도 다들 숨죽이며 말없이 지켜만 보더라고요. 제가 '서형아, 천천히 해봐'이랬더니 보라 언니가 절 잡으며 가만히 있으란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하하"
◆"'아내의 유혹'PD랑 입사동기..원래는 장서희 요리 선생 역할"
"'아내의 유혹' 오세강PD가 사실 KBS 입사동기에요. 예전부터 장난삼아 '지나가는 여인 1,2 같은 거라도 써 달라'고 말하고 했죠. 그랬더니 '아내의 유혹'시작하는데 장서희 씨 요리 선생 역할 한 번 해보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라고 하늘이 역을 딱 맡긴 거죠. 제가 평소에 TV에 똑 부러진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좀 덤벙대기도 하거든요. 오 PD가 제 그런 면이 하늘이랑 어울린다고 봤나봐요."
그렇게 '빽'이라면 '빽'일 수 있는 연출자 오세강 PD의 '동기사랑'으로 오영실은 생애 처음으로 '연기를 위한' 카메라 앞에 섰다.
"금보라 씨가 제 연기선생 역할을 해주기로 했죠. 유지인 씨가 제 고등학교 선밴데 금보라 씨랑 친하거든요. 그래서 부탁을 하고, 오세강 PD도 금보라 씨에게 '연기 지도 좀 해 달라'고 저를 부탁했죠. 근데 첫 날 제가 연습하는 걸보더니 금보라 씨가 '리딩을 잘하고 있다. 더 배울 필요가 없다'곤 여행을 갔어요. 그 때 생각에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은 미용실 다니는 이영하 씨나 선우은숙 씨에게 커피 한 잔 사며 물어 라도 볼 걸 하고 생각했죠. 하하"
◆"연기 데뷔 첫 날 한 신 찍었는데 PD가 '집에 가라'고 해"
하지만 오영실의 '연기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믿었던 '금보라 선생님'은 하산을 명하고 더 믿었던 오세강 PD도 그녀의 연기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첫날 딱 한 신 찍었는데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20년 이상 함께 했던 카메라인데도 이상하게 낯설더라고요. 그 날 대본을 리딩하는데 출연진들이 당혹스러움과 함께 '쟤는 여기 왜 왔을까'하는 분위기였어요. '?'가 얼굴에 다 쓰여 있었죠. 둘째 날 한 번 더 보더니 오 PD가 '가능성 있다'고 말했죠. 셋째 날정도 되니까 저 자신 스스로도 적응하기 시작했고 '눈물 연기'가 되니까 다들 안심하는 분위기더라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하며 오영실은 하늘이가 됐고 연기자가 됐고 그리고 떴다.
"오세강 PD가 '아내의 유혹'에 절 캐스팅한다고 할 때, 다들 그럼 한 번 시켜보자며 수긍했는데, 유독 조연출인 신경수 PD만 반대했데요. 그런데 언제가 신 PD가 절 보더니 '누님 캐스팅 한다고 걱정했는데, 고맙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저를 볼 때마다 펴져가는 신 PD의 얼굴을 보며 '아, 내가 그래도 평균은 하나보다'란 생각이 들죠."
◆"평생하고 싶던 연기해 기뻐..다음 작품이 '단두대'될 것 같아"
'아내의 유혹'서 애리를 맡은 김서형은 얼마 전 찜질방에 들렀다 '어쩜 그리 독하냐'란 소릴 들었다. 극중 애리를 잘도 골리는 오영실은 어떨까.
"길에서 만난 어떤 분이 '그때 길 잃어 버렸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며 진심으로 걱정하시더라고요. 그처럼 열심히 몰입해 보시는 시청자를 보면 저도 진심을 담아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그 때만큼은 저도 하늘이가 돼야죠. 그래서 속이는 느낌이 들까봐 우는 장면에서 안약사용을 자제하죠."
전 아나운서 오영실은 이제 성공적으로 그 꼬리표를 떼고 연기자 오영실로 다시 섰다. 그녀는 '아내의 유혹' 다음이 '단두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믿고 캐스팅 해준 오PD에게 평균점수라도 보답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참 좋은 역할을 준 것 같다. 이 역할이 실패했어도 평생 하고 싶었던 연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을 것이다. 사실 하늘이는 캐릭터가 확실해 연기가 수월했을 수도 있다. 연기자로는 두 번째가 될 다음 작품이 제겐 정말 '단두대'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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