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인 "정준호-정웅인은 내 몸 같은 사람"(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9.01.27 11:47

정웅인의 얼굴은 참 오묘하다. '두사부일체', '투사부일체', 그리고 22일 개봉하는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이하 '유감도')까지. 어느새 조폭 코미디 영화의 단골 손님이 된 그의 얼굴은 언제라도 망가질 준비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이나, 지난해 방송됐던 MBC '내 인생 마지막 스캔들' 같은 드라마에서 그의 얼굴은 심각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예민함과 장난기의 오묘한 조화. 그게 정웅인의 폭 넓은 연기의 바탕이 아닐까.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에서 정웅인은 정트리오 정준호, 정운택과 함께 한 다른 3편의 코미디 영화에서보다 더욱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보인다. 늘 1인자였던 정준호만큼 크게 늘어난 비중도 눈길을 끈다. 정웅인은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웃음을 지으며 "저에 대해, 조금은 달리 보시는 분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러운 기대를 밝혔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도 그렇고 정준호에 가린 2인자 역할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벗어난 느낌이다.

▶'내마스'를 할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나도 '준호 형이 이걸 한대?' 그랬을 정도다. 아무리 우리가 정트리오라고 해도 배우가 장동건이나 정우성도 아니고 정웅인에게 주인공을 양보하는 느낌을 받으면 기분이 나쁠 수 있지 않나. 그러나 본인은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나는 1인자니 2인자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질문에 답변을 하자면, 흥행이 잘 돼 영화 관계자들도 보고 감독님들도 보시고 저의 다른 면을 보신 감독님들이 시나리오를 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 물론 영화가 잘 돼야지. 조폭 영화의 답습이라고 해도 일단 잘 들어야 저에 대한 느낌도 남다르게 받지 않으실까? 똑같은 조력자나 서브하는 듯한 2인자라면 '다 비슷하구나' 그런 느낌이겠지만 다른 느낌이라면 그걸 좀 더 잘 봐주셨으면 한다.

-한고은과의 러브라인이 눈에 띈다. 베드신까지 고집해서 넣으셨다는데.

▶고은이니까 그랬던 것 같다. 상대배우가 나라니까 고은이는 너무 좋았다고 하던데, 왜 홍보할 때는 그런 얘기를 안 하는지 섭섭하다.(웃음) 고은씨는 실물도 예쁘지만 화면에서 너무 예쁘게 나온다. 우리 영화가 조폭 코미디 냄새가 강하게 나도 고은씨가 나오니까 뭔가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랄까. 베드신은 원래 속옷인 가운을 입기로 돼 있었다. 내가 농담 반으로 '이런 관계는 다 벗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랬는데 즉석에서 됐다. 감독님이 '벗는다고 15세 관람가를 못받을 것 같진 않다'고 하시더라. 두려움 속에서 과감히 했다.

-'한국의 수리'로 불리는 딸 세윤양이 깜짝 출연했다.

▶딸 뿐 아니라 와이프도 같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급조한 부분도 있다. 아이들 노는 가정을 바라보는 장면을 넣어보자 하다가 촬영장에 있던 가족들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정트리오가 또 뭉쳤다. 흥행 부담도 있겠다.

▶사실 저희 영화가 300만 관객이 들면 큰 이익이 난다. 그런데 '투사부일체'가 600만이 되다 보니 괜히 비교당할까봐 제일 걱정스럽다. 흥행 결과 때문에 정트리오가 다시 만나는 기간이 길어질까봐 걱정도 된다.

-정웅인에게 정준호, 정운택이란?

▶내 몸의 장기, 내 몸의 오장육부 같은 사람들이다. '투사부일체'까지는 몰랐는데, 이제는 내 몸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준호형은 뭔가 내가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뭔가가 있다. 운택이는 술 한잔 먹고 싶을 때 정말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뭔가 말로 표현 못할 끈끈함이 있다. 내가 결혼할 때 두 사람 모두 가족처럼 가전제품을 선물해줬다. 물론 정준호 증, 정운택 증 딱지를 붙여서.(웃음)

-정트리오는 앞으로도 함께 가는건가?

▶물론 의지가 있다. 정준호씨나 운택이가 각자 결혼을 해도 그러고 싶다. 와이프들 계모임도 만들고. 우리가 같이 가려면 와이프들이 친해야 된다. 작품도 마찬가지로 같이하고 싶다. 앞으로도 매년, 아니면 2년에 한번, 모여서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 일단 정준호씨 주름이 더 패이기 전에 빨리 만나서 또 찍었으면 한다.(웃음)

-드라마 '내마스' 2가 무산돼 아쉽다.

▶그러게. 최진실씨 없는 '내마스'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최진실씨가 '다음에는 웅인씨가 좀 더 멋지게 나오게 해줄게' 그랬는데, 약속을 안 지키고 먼저 가버렸다. 그랬으니까 지켜보고 계시겠지. 만약 우리 영화가 잘 된다면 하늘에 계신 최진실씨 덕일거다.

-'내마스'가 인상적이었던 건 코믹하지 않은 정웅인이 등장해서였기도 했다. 사실 정웅인의 얼굴에는 코미디보다는 다른 예민한 감성이 느껴진다.

▶사실 최고의 칭찬이다. 하지만 뭔가 현실화돼야 한다. 지금은 저를 아는 사람들 중에 코미디를 제외한 다른 면을 봐주시는 분이 가히 많지 않다. 내가 코미디를 할 줄 아는 배우지 코믹 배우는 아니다. 고정된 캐릭터에서 벗어나려다 그냥 안주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의 가능성을 봐주시는 분들이 고맙다. 뭔가 한 방을 터뜨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서 다른 연기적으로도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저는 준비가 돼 있다. 좋은 감독과 스태프를 만나서 조금 더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올해 바람이 있다면?

▶계획을 세운다고 지켜지는 것 아니니까. 다만 영화 잘 돼서 밥상에 반찬 하나 더 놓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웃음) 13년만에 하는 연극도 잘 됐으면 한다. 대사 까먹지 말고. 우리 영화에 대해선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희 영화가 기존 영화랑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새로운 반찬을 드리려고 노력했던 부분이 있다. 일단 맛을 봐 주셨으면 좋겠다. 계속 반찬 얘기만 하게 된다. 내가 미식가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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