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역, 어른 되는 카메라 공식 있다

최문정 기자  |  2009.01.29 09:08
KBS 2TV '천추태후'의 25일 방송에서 첫 등장한 채시라와 신애 <사진출처=방송캡처화면>

드라마에는 뻔한 공식이 몇 가지 있다. 러브신, 액션신, 해외 로케신이 많으면 흥행한다는 것과 드라마 속 연약한 불치병 여인네들은 꼭 백혈병을 앓는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면 이제는 개그 유행어처럼 입을 모아 외칠 수도 있을 "이건 너 답지 않아"-"대체 나다운 게 뭔데?" 등도 뻔한 공식 중 하나다.

여기에 최근 눈에 띄는 공식 하나가 더 추가돼야 될 듯하다. 바로 드라마 속 아역이 성인연기자로 전환되는, 어른이 되는 공식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그 공식을 입증한 것은 KBS 2TV '천추태후'다. '천추태후'는 25일 방송분에서 그간 방송에서 호평을 받아왔던 아역 김소은과 박은빈이 각각 채시라와 신애로 전환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인연기자로의 전환 방법이다. 우선 극중 황보수 역을 연기한 김소은은 오랜만에 기운을 차리고 붉은 옷을 입은 채 강조와 신나게 말을 달리는 모습을 그렸다. 이후 강조(최재성 분)와의 사이를 오가던 카메라가 말의 다리에서 훑고 올라오며 성인 연기자인 채시라로 전환됐다. 황보설을 연기한 박은빈은 전각에 앉아 처연한 모습으로 비파를 연주하던 중 비파를 집중 조명하던 카메라가 서서히 올라오며 신애로 전환됐다.

한동안 우울했던 황보수가 기분을 전환, 말을 타겠다고 나서자 시청자는 "설마 말을 타다가 성인연기자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하며 "혹시나"했다. 그리고 광활한 벌판에서 말을 달리던 인물이 바뀌며 채시라가 등장함에 반가운 가운데서도 "역시나"하는 탄성을 감추지는 못했다.

말이 아니어도 카메라의 전환은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전환되는 순간이라면 꼭 활용되는 기법이다. MBC '대장금'은 뛰어오던 어린 장금이가 카메라의 전환과 함께 성인 장금인 이영애로 전환됐다. MBC '태왕사신기'는 말을 타다가 성인으로 전환된다는 방식까지도 동일하게 적용되기도 했다.

화면이 건너뛰는 방식 역시 아역의 성인 전환에 빼놓을 수 없을 필수 법칙이다.

MBC '에덴의 동쪽'은 마카오로 떠난 아역 이동철 김범이 탈춤을 추다가 탈을 벗는 순간 성인 이동철인 송승헌으로 바뀌었다. '돌아온 일지매'는 어린 일지매가 경공술을 익힌 후 "수수나무가 자란 세월만큼 성장했다"며 화면이 건너뛴 후 성장한 일지매인 정일우가 등장했다.

초반 아역연기자가 출연했다가 성인으로 바뀌는 작품들은 모두 "자연스러운 전환"을 추구한다. 짧던 길던 한동안 아역연기자에 익숙했던 시청자의 눈과 머리가 자연스레 성인 연기자로 이동해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새로운 공식으로 등장한 드라마 속 아역의 성인 전환법이 자연스러운 가운데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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